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저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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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반도체.LCD.휴대전화 등 주요 부문 실적이 나빠지면서 분기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포스코에 내줬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매출 13조5880억원, 영업이익 1조6496억원, 순이익 1조694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15일 발표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와 23% 줄었지만, 순이익은 13% 늘었다.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가 출자한 삼성카드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지분법 평가이익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업 부문 중 지난해 동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생활가전뿐이었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매출은 9%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절반 언저리로 떨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56%나 줄어 2분기 1조72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포스코에 뒤졌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포스코에 뒤지기는 200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너무 좋아 올 2분기 실적이 더 나빠보이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실적 악화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침체와 원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원화값 강세) 요인만으로도 약 2000억원의 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2분기 실적 부진에도 3분기 이후 전망은 대체로 밝다는 것이 삼성전자와 증권가의 예측이다. 주 전무는 "각 사업부문의 매출과 이익이 완만하지만 확실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D램 가격이 PC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더욱 값이 오르고, 낸드 플래시 물량도 매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TFT-LCD도 3분기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뒤 4분기엔 공급이 달릴 것이고, 휴대전화도 슬림폰.DMB폰 등 고급 제품을 내놓아 올해 1억 대를 팔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예상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3분기 실적 개선 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영업이익이 5월을 기준으로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모습"이라며 "D램과 LCD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은 2조2000억원대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3분기에 꾸준히 오름세를 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증시 전체도 상승세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5000원(0.91%) 떨어진 54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삼성전자 등이 사용하고 있는 고속 메모리칩 설계업체인 미국의 램버스는 높은 소송 비용 때문에 2분기 순이익이 급감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램버스는 지난달 6일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철재.김준술.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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