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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여만 명 위법운전자에 '면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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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열린우리당 발표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할 8.15 광복절 대사면 범위와 대상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당이 정식으로 건의하면 그때 가서 구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최인호 부대변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사면 범위를 놓고 조율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큰 방향이 정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헌정 사상 최대 규모=여당이 밝힌 사면 대상은 650만 명으로 헌정 사상 최대 규모다. 엄밀한 의미에서 행정처분 면제는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형량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과는 다르다. 그러나 대통령이 관용을 베푸는 정치행위란 점에서 함께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은 대상자는 운전자들이다. 벌점 삭제자 366만 명을 포함해 370여만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특별사면은 특정 사람을 지정해 대통령이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 그러나 범죄의 종류를 정해 이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의 형 선고와 공소권 효력을 없애주는 일반사면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사면에서 특별사면 대상자는 약 400만 명이다.

사면 내용을 발표한 박병석(사진) 기획위원장은 "8.15 이전에 국회가 예정돼 있지 않지만 1995년 광복절 일반사면은 11월 2일 공포됐다"며 임시국회 개회와 상관없이 일반사면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반사면도 발표를 먼저 하고, 정기국회 때 동의를 받아 시행하겠다는 생각이다.

◆ 정치인, 결국 포함되나=논란의 핵심은 정치인 포함 여부다. 여당은 일단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사범만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수자 포함은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여론의 움직임을 지켜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검토를 끝낸 뒤 이달 내 대통령에게 (정치인 사면을) 추가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권에선 정대철.이상수.이재정 전 의원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야권에선 서청원.김영일.최돈웅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우리 당도 가슴 아픈 분들이 있지만 사면 문제는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갖고 실세의 어떤 부정한 것을 봐주려는 것이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자꾸 이것(사면권)을 남발하면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입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여옥 대변인도 "은근슬쩍 사면에 대통령의 동지들을 끼워넣는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법조계.시민단체는 부정적=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민심 달래기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이 시점에서 특별히 대사면을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한번 잘못을 저질렀는데 면책이 되면 죄의식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범죄라는 확신이 드는 범죄에 대해서만 사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장주영 사무총장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행정벌이나 민생 관련 경미한 사건에 대해 사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16대 선거사범이나 불법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이 고려된다는 건 비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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