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성문 열고, 들어오는 대마 잡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창호 9단이 최철한 9단을 2대0으로 격파하고 2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우승컵을 차지했다. 1국에서 반집을 이긴 이 9단은 12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국에서 불과 142수만에 불계승했다.우승상금 5000만원.

이창호는 지금까지 최철한과 세 번 결승에서 맞붙어 모두 지는 바람에 '최철한 천적론'에 시달렸으나 네 번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이 9단은 왕위, KBS 바둑왕, 춘란배 세계대회까지 4관왕이 됐다.

최철한 9단은 이창호의 뒤를 이어 한국바둑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손꼽혔으나 최대 라이벌인 이세돌 9단과의 후지쓰배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큰 상처를 입은 듯 이번 결승전에서는 '독사'의 강인한 힘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장면1=가드를 내린 듯한 이창호

흑을 쥔 최철한 9단이 1로 젖혀 대마를 위협하자 이 9단은 태연히 손을 빼고 백2로 두고 있다. 권투로 치면 가드를 완전히 내린 채 상대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인데 이때가 이판의 하이라이트였다.

◆장면2 =거꾸로 잡힌 최철한의 대마

최철한은 1, 3으로 절단해 즉각 공격 개시. 그러나 이창호는 백4의 통렬한 역습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흑은 A의 단점 때문에 바로 끊지 못하고 5로 늦춰야 했고 이 바람에 10까지 서로 끊고 끊기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결말은 의외로 싱거웠다. 흑 대마가 거꾸로 몰사한 것이다.

흑의 공격은 유인된 감이 짙었다. 좀 더 치밀한 사전 공작이 필요했는데 한 박자 성급했던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