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안타·타점·득점 … KS 사나이 박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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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리 없이 강한 박한이(35·삼성)가 한국시리즈(KS)에서 또다시 스타로 떠올랐다.

 박한이가 7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역전 투런 홈런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박한이는 이날 조용했다. 첫타석부터 네 번째 타석까지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다섯 번째 타석에서 한 방을 때렸다. 1-1로 맞선 9회 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나선 박한이는 넥센의 구원 투수 한현희의 시속 144㎞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관중석에 딸과 함께 앉아있던 박한이의 아내 조명진씨는 양 엄지를 치켜들고 기뻐했다. 옆에 있던 이승엽의 부인 이송정씨도 같이 기뻐했다. 일부 삼성 팬들을 그를 향해 “사랑해, 박한이”를 연발했다.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박한이는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한이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매년 자기 몫을 다 해낸다. 올해는 개막 후 거의 한 달 동안 1할대 타율에서 허덕이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성실한 훈련을 통해 스스로 부진을 극복했다. 매달 상승 그래프를 그린 타율이 0.331를 기록하며 프로 14시즌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박한이의 진가가 빛나는 것은 가을야구의 절정인 KS에서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지난 14년 동안 스타 동료 이승엽·오승환·임창용 등에 가려있었지만 KS에서는 스스로 빛났다. 지난해 KS 5차전 두산과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 홈런을 치며 시리즈 MVP에 뽑혔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역시 박한이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고 칭찬할 정도다.

 박한이는 또 KS 기록의 사나이다. 박한이는 이날 홈런으로 KS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50개로 늘렸다. 지난해 KS까지 최다안타 48개를 기록했던 박한이는 지난 4일 KS 1차전에서 넥센 선발 밴헤켄을 상대로 끈질긴 12구 승부 끝에 49번째 안타를 쳐냈다. 베테랑다운 근성있는 승부에 삼성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다음 날 열린 2차전에서는 볼넷 3개를 얻어내 KS 최다 4사구(35개)를 기록했다. 그 외 득점(34개), 타점(27개) 등 모두 KS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박한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다. 아내와 딸이 와서 더 재미있게 야구할 수 있었다. 아내가 자주 ‘팀을 위해서 뛰라’고 하는데 그 덕분에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며 “기록을 신경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항상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정신을 갖고 뛴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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