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기동성도 뛰어난 전함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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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거북선은 『대단한 기동력을 가진 전함이었다』는 학설이 나왔다.
남천우씨(전 서울대교수)는 지난 29일 열린 25회 역사학대회에서 『충무공함대의 항해속도와 귀선의 물리학적 특성』이라는 논문을 발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사료에 『거북선이 적선과 충돌하여 항상 이겼다』는 기록이 있어 일반적으로 거북선은 대단한 견고성은 인정되나 속도는 오히려 느린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물론 견고한 것이 사실이나 기동력 없이 어떻게 적선에 충돌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 충무공의 해전을 살펴보면 「충돌」의 의미는 오히려 접전쪽으로 해석된다.
충무공의 기록 중에는 실제로 그 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 몇 군데나 나온다.
1회 해전 때 우리 수군은 5월8일 경남고성 앞바다에서 전투를 마친 후 그곳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정오에는 전남 여수에 귀환했다. 그 거리가 약90㎞인 것을 생각한다면 매시 15㎞의 속도로 6시간 항해한 것이 된다.
또 4회 해전 때는 부산에서 싸움을 끝내고 밤12시에 가덕도에 이르러 밤을 새우고 다음날 당일 중에 여수에 귀영했다. 이 때는 약13㎞의 속도로 10시간 정도 항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피로에 지친 병사들이 노를 저어 귀환하는 배의 항해속도인 것을 고려한다면 최대속도는 이보다 훨씬 빨랐을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큰 속도를 갖기 위해서는 거북선 복원구조에 문제가 있다. 지난 79년 해군사관학교에서 실물크기로 복원한 거북선은 항해속도가 너무 느려 전함으로서의 능력이 의심스럽다.
따라서 충무공전서(1796년께 간행)에 설명된 규격을 그대로 옮겨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중 거북선은 물의 저항을 감소시키는 현판을 설치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즉 측면파도에 의한 저항을 감소시키는 현판이 선미양쪽에 새꼬리 모양 길게 뻗어있는 것이다. 이 현판(그림참조)의 길이는 약40여척(12m 이상)에 달한다.
배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물의 파형에 의해 선미가 낮아져 저항이 커지는데 길게 연장된 현판은 저항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갖고있다.
또 안전성면에서 본 배의 t수는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보다는 작다고 말할 수 있다.
배는 같은 모양이라면 물에 많이 잠길수록 안전성이 좋지 않다. 거북선의 가상적 무게는 거북선의 규격과 형태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타당성 있는 방법의 하나는 복원력을 계산해 전체무게의 한계를 찾는 것이다.
이 같은 거북선의 규격·형태·복원력을 가지고 환산해 보면 그 t수는 대략 85∼1백t 사이가 된다. 흔히 1백10t 이상으로 생각되어온 거북선의 무게는 안정성측면에서 인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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