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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힘찬 비상, 기찬 군무 … 낙원이 따로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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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 약 3000마리가 충남 서천 유부도에 날아들었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중국 북부에서 온 검은머리물떼새는 한국에서 가을과 겨울을 난 뒤 이듬해 3월께 돌아간다.

지난 1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발표에 따르면, 2013∼2014년 겨울 한국을 찾은 철새는 모두 209종 126만9396마리였다. 2012∼2013년 겨울보다 11% 늘었다.

하나 철새가 늘었다고 모두가 반가워했던 건 아니다. 지난겨울 철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사람이 철새를 주범으로 몰았다. 하나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먼길 날아온 겨울 새의 사연을 안다면 그리 쉽게 손가락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AI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시 바람이 차가워졌고, 어김없이 철새가 돌아왔다. 시베리아·캄차카·바이칼·알래스카. 이름만 들어도 한기가 느껴지는 동토(凍土)에서 온갖 종류의 새가 우리 땅에 내려앉고 있다. 새들은 따뜻한 동네랍시고 우리 땅을 찾아왔는데, 우리 몸은 잔뜩 움츠려 있다. 긴 겨울을 어떻게 날지 벌써 막막하다.

그러니, 우리는 철새를 만나야 한다. 그 힘찬 날갯짓 보고도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week&이 탐조여행의 계절을 맞아 전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섬에 다녀왔다. 유부도. 충남 서천군에 속한 아주 작은 섬이다. 여객선 한 척 다니지 않는 외진 섬이지만 가을·겨울이면 철새 수만 마리가 찾아온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12대 생태관광지에 유부도를 포함시켰다. 서천군도 2018년 유부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목표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이 섬이 5년 뒤, 10년 뒤에는 충남 서산의 천수만처럼 온 가족이 찾아가는 탐조 여행지가 돼 있기를 기대한다.

글=최승표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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