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불황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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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사회생활의 부조화가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침체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올해 들어 지난 5개월 동안에 연극과 영화, 그리고 음악회 등의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관객 감소현상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특히 연극의 경우엔 그간 무대예술인들의 숙원이었던 「공연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로 연극발표의 활성화가 기대되었던 만큼 의외의 사태에 우선 충격을 받고있다.
3백석 미만의 연극전문 소극장은 공연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특별히 제한된 장소가 아니라도 연극이 가능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연자 등록제도도 개선되어 누구라도 연극을하고 싶은 사람은 공연활동을 할 수 있게된 오늘의 여건이 오히려 연극의 활성화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는 모순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같은 사태는 일부 예견된 바도 있었다.「자율화」조처에 따른 극단의 숫적 증가가 연극계의 난맥과 부조리를 가져올 소지도 있고 공공성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치우치는 연극주제 선정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였다.
과연 오늘의 현실에서 그 예상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적중하고 있다. 활발한 연극단체 구성과 연극지망인의 증가 추세 속에 공연활동 자체는 늘어나고 있어서 외면적인 연극계 활성화는 실현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연극의 질적 저하와 관객의 감소라는 보다 심각한 상황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연극계 자체가 요즘에 와서 진지하게 불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일면 자아비판을 서두르기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제기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 연극인 자신의 「자질부족」에 있다는 것은 실로 솔직한 고백이라 하겠다.
물론 연극이 관객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관객 자체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극의 원작이 좋지 않다든가, 연출과 연기가 신통치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연장의 환경조건이 좋지 않다든가 하는 사소한 문제까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연극자체의 질이 문제다. 좋은 연출가, 우수한 연기인이 좋은 작품을 무대에 정성들여 올려놓을 때 그 공연은 틀림없이 성공하리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지금의 문제는 한마디로 미숙하고 덜익은 공연으로 흥행적 성공만을 노린 조악품이 난무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지금 서울의 연극협회 가입회원은 6백 12명이지만 그중 꾸준히 연극활동을 하고있는 인원은 1백 50명에 불과하며 연출가도 활동자 90명중 20명 정도만이 지속적 활동을 하고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곧 우리연극의 현실적 문제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그런 여건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연극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넉넉히 짐작된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 공연을 강행할 때 저질연극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모처럼 이루어진 우리문화예술계의「자율화」추세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강조 할 수는 없다.
예술활동은 어느 경우이고 자유와 자율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그 원칙은 두말할 것 없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의욕과 능력을 갖춘 신인들이 그들의 예술적 정열을 불태울 수 있는 환경조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선 그렇다.
또 자유경쟁의 원칙속에 질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성 있는 작품은 공연에도 성공을 거둠으로써 살아남고 저열한 작품은 사라지리라는 합리적 기대도 할수 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그같은 경쟁이 미숙한 연기인들의 수연과정으로 값지게 활용되리라는 기대도 한다. 오프 브로드웨이와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연극활동에서 점차 성공을 거둬 대 연극인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연극인 자신이 관객보호와 연극발전이라는 득표아래 스스로 질을 강조하고 열악을 도태시키는 자율적인 규제방안을 스스로 강구할 필요는 있겠다.
자율화 시대의 공연예술 활동이 보다 알찬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술인 자신의 자각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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