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영화 『특전U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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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화 『특전U보트』는 오랜만에 보는 서독영화다. 『특전U보트』가 세계의 팬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이 영화는 독일연방영화상 최우수상 등 3개 영화상을 수상). 이 영화는 전쟁의 영웅주의를 묘사하거나 나치즘의 타당성을 강조하려는 영화가 아니다.
잠수함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와 처절하게 싸우는 젊은 승무원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냄새와 색깔을 가슴으로 음미해 보자는 의도로 제작된 영화다. 따라서 이 영화는 우리편과 적이 없고 오직 「인간」만을 발견할 뿐이다.
이들은 바다 깊은 곳에서 도망갈 길을 잃고 한발 한발 다가오는 죽음과 필사적으로 투쟁한다.
43명의 젊은이들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적(연합군)구축함의 기분 나쁜 소리와 쉴새없이 떨어지는 폭뢰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함장은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생존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휴머니스트다.
그는 『기다립시다』란 샹송을 들으면서 그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잠시 평온이 오면 여인에게 기약없는 편지를 쓰는 변사가 있고, 기관장은 아내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눈물을 흘린다. 모두들 너무나 평범한 인간들이며 동정과 공감을 받을만한 사람들이다.
「볼프강·페터젠」감독은 『나치 독일병사들도 인간이며 그들의 고뇌 역시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잠수함은 막상 기지에 돌아와서야 침몰하고, 함장과 범사들은 건사하고 만다. 제작비 2천만 마르크(약72억원)의 대작. 국제극장 상영중.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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