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절전왕' 뽑힌 주부 오순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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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모기향 대신 모기장, 선풍기 추방하고 부채 사용, 세탁기 돌리고 남은 물로 목욕탕 청소하기…'.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달 인터넷에 개설한'절약왕 명예의 전당'에 첫 입성한 주부 오순옥(48)씨의 절전 생활방식이다.

"(절약이)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닌데…. 일상 속에서 습관을 붙였더니 이런 좋은 일도 생기네요."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개월 연속 전기세를 10% 이상 줄인 500여 명의 신청자 가운데 가족 수나 가전제품 수가 줄어드는 외부 요인없이 에너지를 절약한 '최고수'로 오씨를 꼽았다.

오씨 가족은 자녀 5남매를 포함해 모두 일곱명으로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 6월 200㎾에서 올해 6월에는 50㎾로 줄어 시민연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50㎾는 통상 1~2인 가구가 한달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절약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아요. 경제나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게 됐어요."

오씨네 집 조명기구는 모두 고효율 전구를 사용한다. 음식물은 하루 먹을 만큼만 장을 보고 실온 보관이 가능한 음식은 찬장에 보관하기 때문에 냉장고도 거의 쓸 일이 없어 플러그를 뽑아둘 때가 많다고 한다. 세탁물은 반드시 모아서 한꺼번에 하고, 빨래를 잘 펴서 말리다 보니 다리미질을 하는 경우는 '잔칫집에 갈 때' 정도다. 텔레비전을 가급적 보지 않는 것도 에너지 절약 방법 중 하나다. 오씨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전기를 아낄 수 있고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져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그는 "자동차수리업을 하는 남편이나 아이들도 절약에 익숙해져 이같은 생활에 불만이 없다"며 "절약하면서 천천히 사는 행복을 알게 되면 요즘 같은 고유가시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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