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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채 말없이 구치소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규광씨가 수감되기 위해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검찰청 문 앞에 나타난 것은 19일 자정. 연행 26시간 만이었다.
이씨는 연행 당시처럼 밤색양복에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었으나 질문을 받는 등 여유 있던 연행 때와는 달리 피로하고 굳은 표정이었고 입을 굳게 다물어 보도진들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2명의 수사관에 이끌린 이씨는 곧바로 청사 앞에 대기 중이던 마크V 승용차의 뒷좌석 수사관 사이에 앉은 후에도 계속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눈이 부신 듯 이마를 찌푸리기도 했다.
이씨를 태운 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서울구치소로 향했고 뒤따르던 보도진 차량을 따돌리고 19일 0시 3분 구치소 정문 안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규광씨를 철야 심문 한 대검 중앙수사부 신건 부장검사는 18일 상오 9시쯤 정치근 검찰총장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했으나 총장실을 나서는 신부장의 표정은 무척 굳어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신 부장은 기자들이 복도를 가로막고 수사결과를 묻자 『나는 모른다』『아는 게 없다』 고 일관한 뒤 이씨의 신병이 있는 12층 중앙수사부 철문 안으로 피신.
거의 동시에 총장실을 빠져나온 이종남 대검중앙수사부장도 이규광씨의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되는 부분이 증여세 탈세부분·사기공모 부분이라고 귀띔하고『혐의내용을 못 찾았다』 『적용 죄 등을 결정 못했다』면서도 영장은 하오 늦게야 신청할 수 있겠다고 말해 이씨의 범행확증을 잡았다는 것을 암시했으나 표정은 크게 밝지 않았다.
정 검찰총장은 18일 상오 10시 20분 법무부로가 이종원 장관에게 이규광씨의 철야심문 결과를 보고.
이 장관과 정 총장은 1시간 가량 함께 있었는데 장관과 총장이 자리를 같이 할 때마다 구속자 발표가 있어 이날도 이 자리에서 이씨에 대한 구속방향을 결정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하오 3시 5분쯤 정 총장은 갑자기 비서관을 통해 이번 사건 조사팀 중 국세청에서 파견된 권계장을 찾아 이씨의 혐의사실 중 탈세부분이 포함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하오 3시 30분쯤 이종남 중앙수사부장이 총장실을 나섰을 때 이부장은 이 사건을 맡은 22일간 중 가장 밝고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수사가 만족스럽게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기자들이 몰리자 이 부장은 『기대에 어긋나지 앉게 될 것』이라고 전했고 혐의내용에 질문이 쏟아지자 이씨의「알선수재」란 죄명과 함께 일부사실을 흘려주고는 하오 6시쯤 자세히 알게 될 것이라고 느긋한 표정이었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대검중앙수사부 4과장 신건 부장검사의 청구로 서울형사지법 유승정 판사에 의해 발부됐다.
신 부장검사가 수사기록과 함께 구속영장 신청을 법원에 접수시킨 것은 하오 6시 20분쯤.
유 판사는 6층 자기 방에서 출입문을 굳게 잠근 채 2시간 30분간 기록을 검토한 뒤 하오8시 55분 영장에 서명,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발부 후 유 판사는 혐의사실이 적힌 영장부분을 보도진들에게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김형기 형사지법원장과 허정동 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한 뒤 영장부분을 공개했다.
유 판사는 보도진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밝혀 수사기록에는 혐의사실 외에 더 「재미있는」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겼다.
이규광씨에 대한 조사는 이종남 중앙수사부장과 신건 부장검사가 직접 맡았으나 심문결과를 총장실에 수시로 보고, 결국 사건 주임검사는 마치 검찰총장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장 여인이 지난 2월 형부 이씨에게 1억원을 준 것은 한동안 이씨와의 사이가 좋지 앉아 이씨의 아들 2명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축의금조로 아들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라고 뒤늦게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의 진술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된 검찰관계자는『장 여인이 손은 큰 여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장 여인은 이밖에 개인비서 2명과 경비원 4명에게 2천 5백만∼5천만원 짜리 연립주택을 사준 사실도 밝혀졌다.
이종원 법무장관은 18일 하오 9시쯤 정치근 검찰총장과 서동권 차장, 이종남 중앙수사부장 등을 시내 J한식집으로 불러 함께 저녁을 나누면서 그동안의 수사노고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수사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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