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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수다쟁이 노홍철 "여름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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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얼마 전 모 설문조사에서 '여름 휴가를 같이 가고 싶은 연예인'을 선정했다. 여자 1위는 탤런트 김태희, 남자는 가수 비가 뽑혔다는 결과를 보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진짜 재밌고 유쾌하면서 특별한 휴가를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이 사람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예측불허의 종합 방송인 노홍철.

"정말 저를 너무들 원해. 그래서 지난주 벌써 휴가 다녀왔잖아요. 윤도현, 김C, 강산에 형님들이랑 경기도 가평에 가서 1박 하고 왔어요. 너무 재밌어서 형님들은 다 기절. 그래도 좋아~ 또 가는 거야."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네 남자의 뜬금없는 여행은 이들이 함께 하는 여름맞이 전국투어 콘서트의 하이라이트. 못말리는 수다쟁이 노홍철을 진짜 가수로 득음시키기 위한 지옥훈련 과정이었다고. "음악의 달인이신 세 분 형님들께 발성, 무대매너, 리듬감 등의 비법을 전수받아 노래하는 노홍철로 변신해 보려고요. 근데 제 목소리로 노래한다니까 저희 어머니도 안 믿으세요."

콘서트를 찾은 팬들에게 그의 노래로 평생 잊지 못할 여름밤을 선물하겠다는 엄청난 계획을 내놓은 노홍철. 그에게는 어떤 여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물었다.

"여름 하면 여행.휴가가 제일 먼저 떠오르잖아요? 제가 연예인 되기 전에 홍철투어라는 여행사를 운영했거든요. 제 인생의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은 2002년 8월, 장소는 한강둔치."

노홍철은 군 제대 후, 어엿한 사회적 지위에 오른 친구들을 보고 강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눈을 뜬 것이 돈 버는 사업, 밑천이 들지 않는 사업이다.구상 끝에 꿈과 모험의 홍철 동산'이라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다. 평소 파티를 좋아하는 그의 특기를 살린 것이다. "파티에 필요한 용품 판매는 물론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환상적인 프러포즈를 위한 이벤트를 대행했지요. 비용은 8만원 정도. 정말 저렴하죠. 그런데도 꼭 깎는 사람이 있어요. 사연을 들어보니 너무 애틋하고 가난한 연인이더라고요.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파격 할인가 4만5000원에 해주기로 했죠."

그들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의뢰인은 여자친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한강 둔치로 산책을 오고 이때 사인에 맞춰 노홍철이 폭죽을 터뜨리면 남자는 장미꽃다발을 건네며 프러포즈 하는 것. 그런데, 때마침 열대야로 잠 못 이룬 시민들이 폭죽소리에 몰리고 예상치 못한 그들의 박수세례가 더해지며 가난한 연인의 프러포즈는 200% 대성공을 거뒀다.

"여자가 프러포즈를 받아줄 때 감동에 복받쳐 울 뻔했다니까요. 정말 돈에 연연하지 않은 제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잊지 못할 여름밤이었어요."

3대 거짓말 중의 하나,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우리의 노홍철 사장 그 와중에도 2만원 남겼다며 해맑게 웃는다. 올 여름, 과연 그는 우리에게 어떤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줄지 기대된다.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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