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펀드 운용사들, 영업교육에 발 벗고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펀드는 많이 파는 것보다 제대로 알리고 파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신한은행 여의도 프라이빗 뱅킹(PB) 센터. 베테랑 PB 10여 명이 진지하게 피델리티자산운용 최기훈 부장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평소 풍부한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고액 자산가들에게 각종 금융상품을 권하는 게 이들의 일이지만, 상담교육을 다시 받는 이유는 제대로 펀드를 파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교육은 단순강의가 아니라 PB들이 서로 고객과 직원 역할을 바꿔가며 구체적인 질의응답을 체험하는 롤 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만일 6개월 뒤에 10% 정도 손실이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으로 고객이 간접투자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위험감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한다. 또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지를 묻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기대수익이 크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자연스레 알리면서 투자자 스스로 상품의 위험성을 재확인하기 때문이다.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의 묻지마식 펀드판매 경쟁을 막아 건전한 펀드투자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펀드운용사들이 펀드판매사 직원에 대한 교육에 직접 나서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이 6월 말부터 신한은행 PB센터 직원들을 상대로 펀드판매 교육을 했다. 삼성투신운용이 은행 판매직원들을 위해 만든 인터넷 교육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피델리티 최기훈 부장은 "전 세계에서 2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상대한 결과 당장 많이 파는 것보다 제대로 판매해 신뢰를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피델리티 본사의 확고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신한은행 5개 PB점포 전 직원을 상대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교육을 한 데 이어 은행.증권사 등 20여 개의 다른 판매 회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교육을 준비 중이다. 이런 교육은 다른 국내 운용사들도 잇따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PB담당 김영표 부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펀드 상품의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당장의 실적만 쫓다 보면 불완전 판매의 위험도 커진다"며 "고객신뢰를 얻기 위해 운용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2박3일 과정의 심화교육은 물론 PB 외 일반 영업점 직원을 상대로 한 교육도 검토 중이다.

직접 교육 외에 인터넷을 통한 펀드판매 교육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투신이 2003년 선보인 자사의 인터넷 펀드스쿨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퀴즈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은행의 요청 시 내용을 보강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나은행은 2004년 9월 이후 연인원 3000명이 교육을 마쳤고 대구은행도 3월부터 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