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간 수익률 보니] 적립식 펀드, 하락장 때 더 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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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 상반기 펀드시장에선 적립식 상품 투자열기가 갈수록 달아올랐다. 지난해 매월 2000억 ~ 3000억원씩 들어오던 적립식 펀드 투자액이 올들어선 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면 적립식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어느정도 수익을 냈을까.

본지 머니팀은 펀드평가사인 제로인과 함께 수탁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형 펀드 중 적립식으로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부었다고 가정해 어떤 형태의 펀드 수익률이 가장 좋았는지 따져 보았다. 설정 기간은 2004년 1월1일부터 올해 7월1일까지 1년 6개월이다.


◆변동성 작은 펀드가 '판정승'=분석 결과 설정 기간 변동성(연중 수익률 등락폭)이 작은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작은 펀드들은 대부분 고배당주.가치주 위주의 중소형 종목을 주로 편입한 펀드들이었다. 반면 변동성이 큰 펀드는 대형 종목 위주로 편입한 펀드들이 많았다.

설정 기간 변동성이 가장 작았던 '신영 비과세 고배당 주식형1'의 경우 매달 100만원을 부었을 때(투자원금 1800만원) 수익금은 612만9400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변동성이 작은 상위 2 ~ 5위 펀드(변동성 11.58 ~ 16.57%)들의 수익금도 440만 ~ 620만원에 달했다.

반대로 수익률 등락 폭이 큰 상위 5위 펀드(변동성 21.37 ~ 22.50%)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변동성이 가장 컸던 '온국민 뜻모아주식1'에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변동성이 가장 작은 '신영 비과세 고배당 주식형1'이 거둔 수익금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설정 기간 시장을 상승 국면과 하락 국면으로 나눠봤을 때에도 변동성이 작은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2003년 말부터 '차이나 쇼크'가 오기 직전인 2004년 4월21일까지 주가 상승기 때엔 대형주 위주로 올랐다.이에 따라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에도 대형주가 많이 편입된 펀드들의 성적이 돋보였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떨어진 2004년 4월22일부터 같은해 8월2일까지 하락장엔 변동성이 작아 지수 흐름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변동성이 작은 펀드들이 선방했다.

이후 지난해 8월23일 이후 올해 3월11일까지 지수가 300포인트 가까이 오른 '재(再)상승 구간'역시 중소형주의 상승이 대형주를 크게 웃돈 덕에 역시 변동성이 작은 펀드들이 수익률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대형 우량주들이 다시 장세를 이끌 경우 이들 종목을 많이 넣은 펀드들의 반격이 볼만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상승장 때엔 거치식이 유리=적립식 투자는 하락장에서 더 빛을 발한다.지수가 하락할 경우 같은 돈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시장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일 때는 적립식으로 매월 주식을 사는 것보다 한꺼번에 사두고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 1년6개월 동안은 큰 흐름으로 봐서 증시가 상승 국면을 이어온 장이었다. 때문에 같은 펀드라도 적립식 형태로 분산 투자했을 때보다 목돈(거치식)으로 펀드에 돈을 넣었을 때 수익률이 더욱 좋게 나왔다. '신영 비과세 고배당 주식형1'의 경우 거치식으로 넣었을 경우 1년 반 동안의 수익률은 49.57%에 달했지만 적립식 형태로 넣었을때엔 15%포인트 뒤진 34.05%에 그쳤다.

변동성이 큰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동양운용의 '온국민 뜻모아 주식1'에 목돈형태로 맡겼을 땐 20.54%의 수익률을 거뒀겠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15.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시의 상승.하락 국면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 자체가 워낙 힘들고 피곤한 작업인데다, 서민들의 입장에선 한꺼번에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도 없는 만큼 매월 자동이체로 펀드를 사는 게 가장 편한 투자 방법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적립식 투자는 장기간 돈을 정기적으로 붓는 것인 만큼 투자 방법이 가급적 단순하고 입출금도 자유로우며 수수료 등 비용이 싼 펀드가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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