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애플’ 샤오미 몸값 43조~54조원 … 소니도 제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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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小米)는 중국어로 좁쌀이다.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사진)는 이름과는 정반대다. 좁쌀이 아니라 거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의 ‘몸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400억~500억 달러(약 43조~54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소니(233억 달러) 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것이다. 한국 기업과 비교해서는 삼성전자(시가총액 1663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SK하이닉스(320억 달러), 현대자동차(317억 달러)보다는 많다. 비상장회사인 샤오미는 현재 해외 진출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의 DST시스템스 등과 투자 자금 유치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샤오미의 기업 가치가 알려졌다.

 레이쥔(雷軍)이 2010년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설립한 샤오미가 2012년 6월 투자를 유치할 때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난해 8월 외부 자금을 조달할 때 산정한 기업 가치는 1년 만에 100억 달러로 배 이상 뛰었다. 다시 1년여 만에 기업 가치는 4~5배로 높아졌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샤오미는 기업을 공개하지 않은 회사 중 가장 비싼 회사”라며 “투자자가 현재 기업 가치를 400억~50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하는 것은 향후 3~5년 사이에 기업 가치가 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샤오미의 ‘몸값’이 폭등하는 것은 눈부신 성장세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대수는 1730만 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560만 대)에 비해 200% 이상 늘어났다. 샤오미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그 결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레노버에 이어 4위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를 제쳤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13.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12.2%)를 앞섰다. 포브스에 따르면 샤오미의 올 상반기 판매액은 53억1000만 달러였다.

 샤오미의 혁신은 사업 모델로 인해 가능했다. 샤오미는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다. 매출의 1%만 마케팅 비용에 투입 한다. 대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나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이렇게 줄인 비용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가격은 100~400달러 수준이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6 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저가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평정한 샤오미는 인도·브라질·멕시코·러시아·동남아시아 5개국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7월에는 인도에서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해외 영업 강화를 위해 구글에서 안드로이드팀을 이끌던 휴고 바라 전 부사장을 영입했다.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질주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업체가 간신히 손익을 맞추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판매 마진이 너무 박하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구글이 2012년 125억 달러에 인수한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30억 달러에 넘긴 것처럼 샤오미도 시장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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