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그녀 공효진, 고민을 시작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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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공효진이 그랬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이후, 1년여 만에 공효진이 드라마 <건빵 선생과 별사탕>과 영화 <천군>으로 바쁘게 돌아왔다.

여배우 공효진의 행보는 남달랐다.

여타의 여배우들이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으로 분하는 멜로드라마에 ‘올인’할 때, 공효진은 다양한 장르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넘나들며 또래의 배우들이 갖지 못한 이미지들을 견고하게 구축해 왔다. 공포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속 중성의 여고생 이미지로 데뷔, 초반에는 ‘성격 있는’ 고교생 역할로 코믹 연기의 입지를 다져왔던 그녀.

연기와 시간의 켜가 조금씩 맞물려 쌓여가면서는 미워할 수 없을 만큼 개성 넘치는 활력의 여자로 변신했고, 작년과 올해는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건빵 선생과 별사탕>을 통해 늘 그녀가 바라 마지않았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여주인공으로 급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뻔한 로맨틱 코미디라도, 공효진이 출연하면 그 캐릭터에는 남다른 에너지가 넘실거린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무려 3년 만에’ 공효진이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보이는 <천군>은 그녀가 최초로 출연한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극중에서 맡은 캐릭터는 최초의 핵탄두 비격진천뢰를 개발한 MIT 출신의 핵물리학 박사 김수연.

이순신이 살던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갈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천재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자기 잘난 맛에 철없이 자신만의 논리를 내세우는 철부지이기도 한 흥미로운 캐릭터다.

요즘 공효진은 고민이 많다.

여배우로서,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포지셔닝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과 고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영화 한 편 속의 멋진 캐릭터를 연기해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에요. 데뷔 초기부터 그런 작품을 만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게 진짜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게다가 영화 쪽에는 여배우의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캐릭터들이 별로 없다는 게 더 큰 당면과제고요. 그런 여성 캐릭터의 부재 때문에 드라마가 달콤한 사탕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한편 그런 현실을 감안하면, 드라마 출연이 배우들에게는 필요악이기도 하고요.”

데뷔 7년차를 맞으며 어느새 쇼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을 전부 알아버린, 공효진이 명민한 여배우의 눈을 하고 찬찬히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그런 갈증 때문일까. 공효진은 얼마 전부터 미숙하지만 자신이 해 보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도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의 완성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그녀에게 확실하게 남겨진 건, 최근에 본 <클로저>처럼 알 듯 모를 듯한 사랑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영화의 마지막에 알 수 없는 전율을 안겨주는 그런 사랑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기해 내는 일이다.

무비위크 김수연 기자
사진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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