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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 성격 너무 엄격한 훈육도 한 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번 의령에서 일어났던 경찰관의 주민학살사건은 한인간이 얼마만큼 잔학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끔찍한 본보기가 됐다.
78년 가이아나에서는 인민사원이라는 종교집단에 소속된 9백여명이 집단자살을 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가까이는 지난2월 일본의 JAL기 기장이 정신이상으로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바람에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대사회는 문명의 이기가 대형화되면서 이룰 다루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문제점이 사전에 발견되지 않으면 사고도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대형의 수송수단을 다루는 조종사, 운전기사와 총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선발은 더욱 주의를 요한다.
잠재되어있는 포악한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며 또 어떤 방법을 통해 사건에 발견할 수 있는지를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다.
김헌수 박사(중앙대의대 신경정신과)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우범곤 순경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사회에 대한 욕구불만·좌절감·소의감 등이 누적되었을 때 어떤 충격이나 헤어날 수 없는 극한상황과 직면하게 되면 그것이 광폭한 행동으로 분출된다고 지적한다.
성격을 형성하는 요인은 생득적인 본성의 차이, 문화·민족적 차이도 있겠지만 가정적인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양육방식은 자녀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인이 된다. 미국의 정신학자「에리슨」의 지적대로 특히 생후 1년간은 성격형석의 결정적인 시기로 보고 있다.
태아시절 호강스러운 분위기에서 자라던 아기가 생후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세상에 대한 불신이 유아의 정신 속에 자리잡기 시작한다. 거기에다 가정분위기가 부모의 의사를 자녀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는 전제적일 경우는 불같이 폭발하는 정신병질자가 될 소지가 많다고 김박사는 지적한다.
자식이 난폭하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은 자신들에게 그 원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성진박사(한국행동과학연구소장)는 현대사회가 너무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가치관이 정착할 시간이 없고, 도시집중화로 익명주의가 팽배해져 범죄의 유혹에 약한 성격으로 변모해 간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가를 판단하고 예진할 때 성격검사라는 것을 실시한다.
성격검사방법에는 개인검사와 집단검사로 나눌수 있는데 개인검사에는 주제통각검사(TAT)와 롤사크검사(잉크반점검사)가 있다. TAT는 10장 정도의 각기 다른 그림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림의 전후 내용을 설명하게 하는 것이고, 롤사크검사는 불분명한 그림을 보여주며 무엇같이 보이느냐를 설명하게 하여 성격을 판별하는 방법이다.
집단검사는 수십·수백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하는 것으로 다면적 인성검사(MMPI)와 CPI라는 검사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는 4백80∼5백60여개의 문항을 『네』『아니요』로 답하게 하여 이 결과를 종합하여 인성비교표상에 나타난 패턴을 보고 판정하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피검사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여 해석하게 하거나 어떤 문제를 주어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나 방식을 보고 성격을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밝혀진 성격이상자들은 격리보다는 가정이나 사회 속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중술 박사(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의 처방이다. 물론 자기자신이나 남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격리할 필요가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적절한 심리치료 내지는 행동치료가 수반되어야한다.
심리치료는 조건학습법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이 잘못되었고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지적, 사고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해야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국에서는 집단거주 치료소가 많아 이들을 수용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수용시설이 거의 없는데다 임상심리전문가 양성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있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두 김박사는 말한다.
인명과 관계되는 각 직종의 인선을 할 때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격테스트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버스 등의 운전기사·항해사 등 여객운송에 관련하는 직종과, 경찰관·의사·간호원 등을 선발할 때는 반드시 성격검사를 실시해야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최소한 국민학교때의 생활기록부만이라도 꼭 검토해야 하며 가능하면 그 사람을 가장 잘 아는 주변인물을 만나봐야 한다는 것이 이박사의 지론이다.
이박사는 조종사·군인 등은 어떤 형태든 실시하고 있었지만 최근 십여개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때 집단성격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하고 경찰관·의료직·운수직 등을 채용할 때는 불과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집단검사를 받도록 규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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