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물류 약소국 한국 ‘히든챔피언’이 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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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올 여름 성공적으로 개최된 제18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보며, 넘치는 상상력과 다양한 콘텐츠의 향연, 영화산업이 지닌 파급력과 고부가가치성에 감탄한 바 있다.

 특히 물류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의 시각에서 인상 깊었던 점도 있었다. 바로 영화제 홍보부스 한 편에 있던 ‘DHL 코리아’였다. DHL은 영화제와 관련한 물류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영화와 물류회사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담당자를 통해 확인해보니, 각국의 통관 및 법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신속한 통관처리는 물론,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필름에 최적화된 운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세계화·특송(express)·운송화물 성격에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 제공 등 물류산업의 최신 경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류산업은 세계적으로 3조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이케아·아마존과 같은 하이브리드형 기업에서 볼 수 있듯이 반조립·유통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등 산업간 융합의 최일선에 있는 첨단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물류산업도 연매출 약 92조5000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대다수 기업이 영세하고 단순 수송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화주기업이 요구하는 전문 서비스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도 여의치 않다. 물류산업 내 히든챔피언의 출현이 절실하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 또는 특정 대륙에서 시장점유율이 높고, 수익이 연간 40억 달러 이하 등의 조건을 갖춘 강소기업을 의미한다.

 국내 물류기업도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특송·해외건설·신선물류 등 전문 분야를 발굴하고 서비스 개선을 통해 내실 있게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에 히든챔피언이 등장한다면 전체 물류산업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은 물론, 제조업과 우리나라 경제도 든든하게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정부도 지난 8월 발표한 유망서비스 육성방안 중 물류 분야의 정책과제를 마련하면서, 기업의 투자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서비스 제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뒀다. 전통적으로 추진해오던 물류 인프라 확충 외에도, 전문시장 육성을 위한 세제개선, 중소 물류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ICT 등 최첨단 기술과 융합한 물류 시스템 구축, 택배 증차와 서비스평가 도입 방안도 포함했다. 앞으로 이러한 성과형 과제 외에도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중장기적인 비전 설정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국가 간 공조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반경 2000㎞ 이내에 10억명 이상의 인구와 핵심 소비자 4억명에 달하는 신흥 내수시장을 보유한데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항과 항만 시설을 갖추고 있어 세계적인 물류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현실로 실현하기 위한 정부나 업계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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