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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심리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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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시형 박사(고려병원 신경정신과장)=너무도 끔찍하고 엄청난 사건이다. 현대인의 정신병리현상이 여기까지 왔나 생각할 때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참사를 저지른 경찰관은 무엇인가 평소의 불만이 엉뚱한 곳으로 폭발한 것 같다. 술에 만취돼 총을 난사한 것은 일종의「주정성 환각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술을 한두잔 마시고도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 간호원연쇄살인, 텍사스타워의 기관총난사사건 범인은 염색체의 이상이었다. 이 경우 중추신경이「역설반응」을 일으켜 조그만 자극에도 난폭한 반응을 일으킨다.
현대인은 중추신경에 너무 자극을 받아 과잉반응상태와 함께 정상반응기능을 상실,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기 때문에 정신과의 치료를 받거나 자신을 통제하는 자제가 필요하다.

<성격이상 사전에 가렸어야>
▲장병림 교수(서울대· 심리학)=끔찍한 일이다. 총기를 다루는 경찰관의 선발과정이 잘못돼있다. 정신질환·성격이상 유무를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
한 사람을 골라 해치는 행동은 원한에 의한 복수심리로 이해될 수 있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을 사살하고 해치는 행동은 인간 내지 인류전체를 거부하는 이상심리에 의한 행동이다.
정상적인 가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이웃으로부터 이단시 당한다는 자의식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와 따뜻한 애정이 없어진 가정에서 성생활조차 정상이 아니었을 것이며, 이 같은 복합적 좌절감이 발작행동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밤낮으로 경찰관을 대해야 하는 시민에게는 잠재적 불안요소를 항상 갖고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불안감을 씻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총기를 다루는 모든 경찰관의 심리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비정상의 파괴본능이 폭발>
▲김광일 박사(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장)=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을 파괴하고 자폭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다소 있으나 건강한 사람의 경우 자제심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파괴본능이 강렬한 비정상적인 사람은 자칫 파괴본능이 폭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범인은 일종의 정신분열증이나 성격장애·정신 착란증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병리현상이 많은 현대에서는 모순이 곪아터지는 수가 있으므로 평소에 스트레스를 건설적으로 터뜨리는 것도 일시적 발작과 비극을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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