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펜션 투자 설자리 확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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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전원 바람을 타고 투자상품으로 관심을 끌었던 펜션(유럽형 고급민박시설)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단지형 펜션(업체에서 여러 개 동의 단지로 조성해 분양한 뒤 관리회사를 통해 위탁운영해 일정한 임대수익을 주는 방식)은 점차 사라질 것 같다. 정부가 무분별한 펜션 난립을 규제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경우 숙박업으로 분류키로 해 수익성이 떨어지게 돼서다. 반면 현지에 살면서 운영하는 소규모 펜션의 사업성은 괜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으로 시장 규모는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 민박이냐 숙박업이냐=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하고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농어촌정비법은 지금까지 모호한 규정의 틈새에서 민박처럼 별다른 제한 없이 운영돼온 펜션을 규제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박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이제까지 자치단체 신고 의무에서 제외된 민박에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민박과 숙박업의 선을 그어 민박 기준에 맞지 않는 펜션은 숙박업으로 등록하게 해 건축지역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

민박 기준은 현지에 살면서 먹고 잘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는 일정 면적 이하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다. 면적기준은 10월 이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인데 현재 연면적 기준으로 45평 이하, 또는 60평 이하가 검토되고 있다. 시설 규모 기준이 당초 '객실 수 7실 이하'에서 '연면적'으로 바뀐 것이다. 외지인이 현지 주민에게 전세나 월세를 주는 식으로 위탁해 현지 주민이 민박사업자 지정을 받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민박기준을 벗어나는 펜션은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대거 분양된 단지형 펜션은 숙박업으로 분류된다.

◆ 숙박업 펜션은 수익성 낮아=펜션을 숙박업으로 운영해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지역 제한 때문이다. 민박은 그린벨트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웬만한 곳에서 허용되는 반면 숙박업은 계획관리지역 등에서만 할 수 있다. 펜션부지로 인기를 끄는 계곡 인근 등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선 숙박업 펜션을 운영하지 못한다. 전원클럽 우현수 사장은 "민박 기준에 맞지 않는 펜션은 요지에서 장사를 못하는 셈"이라며 "숙박업이 가능한 지역도 펜션 입지여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이용객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부담은 민박 펜션과 큰 차이가 없다.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를 내는데 연간 매출액이 3600만원 정도일 경우 70만원 정도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민박으로 펜션을 운영하더라도 이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농가에서 민박을 운영하면 연간 소득 1200만원까지 소득세를 감면받는다. 이 때문에 펜션은 업종을 대부분 민박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연면적 기준 이내에서 펜션을 지어 직접 거주하며 운영하는 것이다.

이미 운영자가 살면서 영업하고 있는 펜션이 민박지정을 받으려면 주인이 쓰는 방을 제외하고 이용객들이 쓰는 객실 수를 7실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7실 이하라면 상관없다.

이번에 만들어진 연면적 기준은 바뀐 제도가 시행된 뒤 운영하는 펜션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펜션은 연면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객실 수가 7실이 넘는 경우 남는 방을 서로 합치거나 줄여 7실 이하로 맞추면 된다. 주인이 사용해도 된다. 바뀐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영업 중인 사람은 이 제도 시행 이후 6개월 이내에 시장.군수로부터 민박사업자지정증서를 받아야 한다. 물론 현지 거주, 시설규모 등의 민박 기준에 맞추지 않고 숙박업으로 등록해 영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 주변 등 숙박업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에 들어선 펜션은 이것도 불가능하다.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의 3500개 펜션 중 2700여 개는 민박지정에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 700여 개는 민박기준에 맞지 않아 시설규모 축소 등으로 민박지정을 받든지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 소규모 펜션 전망은 밝아=정부 규제로 펜션 공급이 제한되는 데다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이용객이 늘 것으로 보여 펜션시장 전망은 밝을 것이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실수요 입장에서 직접 거주하면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펜션은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박으로 영업할 펜션들을 한 곳에 모은 민박 펜션단지 조성이 활발하다. 업체에서 대규모 땅을 몇 백 평씩 펜션부지로 나눠 실제로 거주하며 운영할 사람에게 판 뒤 펜션건물을 짓고 홍보 등 관리를 대신한다. 파라다이스펜션 오승섭 사장은 "테마에 따라 건물을 짓고 휴식공간 등 부대시설을 갖추는 데다 홈페이지 등을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개별 펜션보다는 이용객들의 관심을 더 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별적으로 소규모 펜션을 운영할 경우 관광지 주변 등 입지 여건을 따지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이용객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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