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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미술관 직원에 감사 표시 왜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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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72세 된 노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일주일에 한두 차례 찾았다.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의 한 일용직 직원이 어찌나 작품 설명을 잘해주던지 미술에 푹 빠져 지냈다. 고마운 마음에 매주 한 차례 먹을 것을 가져갔다. 처음엔 음료수 몇 병을 가져갔다가 몇 달 전부터 도시락을 싸갔다. 그곳 식당에서 "이 밥을 먹고 힘내서 근무 잘하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한 직원이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데 밥까지 싸오는 것은 좀 그렇다. 다른 직원들 보기 부담스러우니 야외 등 다른 곳에서 드시라"고 했다.

몹시 화가 났다. 관람객들에게 잘해서 자신들도 그런 대접을 받으면 되는 게 아닌가. 더욱이 그 식당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며칠 뒤 또 다른 직원이 같은 말을 했다.

평생 좋은 일 해주고 이처럼 불쾌해 보긴 처음이었다.

정두영.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