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로 쏠리는 펀드 '위험분산' 정석 투자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회사원 김모(38)씨는 지난 3월 A투신운용사의 '배당주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했다. 주식에서 손을 떼고 펀드로 돌아선 그는 상품 선택으로 고민하다 결국 시장의 대세였던 배당주 펀드를 골랐다.

다행히 고배당주를 포함한 가치주들과 중소형주들이 올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다. 김씨가 가입한 펀드도 경동제약.안철수연구소 같은 종목을 시의적절하게 편입하면서 지금까지 7%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그에겐 새 고민이 생겼다. 김씨는 "주가 상승기였던 200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형 우량주들이 많이 올랐고, 중소형주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앞으로도 주도주가 바뀌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은근히 걱정인 것이다.

펀드 시장이 상반기 마침표를 찍으면서 김씨같은 생각을 하는 배당주 투자자들이 많다. 배당주 펀드로 짭짤한 수익률을 맛 봤지만 증시에선 중소형주가 상승 궤도를 유지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인데다 전기전자 주식과 대형 수출주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펀드가 적어도 3년 이상의 '트랙 레코드(수익률 기록)'를 보는 장기 투자지만 시장의 3년 앞길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만큼 적절한 '분산 투자'만이 위험과 고민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펀드도 주식처럼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는 것이다.


◆배당주 펀드로 몰린 관심=상반기에 종합주가지수는 12% 올랐다. 그러나 중형주와 소형주가 각각 40%와 49% 뛴 데 비해 대형주는 11% 오르는데 그쳤다.

이런 흐름에 따라 중소형 배당주를 자산으로 편입한 펀드들의 실적이 좋았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수익률이 높은 상위 20개 성장형 펀드 중에서 7개는 '미래에셋 3억 만들기 배당주식'이나 '마이다스 블루칩 배당주식 C'같은 배당주 펀드였다. 인기몰이를 하면서 배당주 펀드 수탁액은 지난 연말 1673억원에서 6월 말 현재 9876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제로인 이재순 조사분석부장은 "배당주 펀드로 꾸준히 돈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배당주 펀드가 어떤 상황에서나 통하는 정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배당주를 굴리는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중소형주들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이 부장은 귀뜸했다. 투자자들이 상반기의 고수익을 보고 배당주 수익률에 대해 영원한 환상을 품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담자=전문가들은 배당주에 외길 투자하기보단 여러 펀드에 돈을 나눠 넣을 것을 권했다.

대한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이상훈 차장은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배당주에만 전력투구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며 "같은 주식형 펀드라도 배당형.성장형 등에 고루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은 높이기 위한 분산투자는 서로 관계가 별로 없는 자산을 고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식과 채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같은 주식형에서 운용사간 서로 다른 운용전략 등을 꼼꼼히 살펴 분산투자를 하는게 낫다는 분석이다.

대투증권 이 차장은 "적립식으로 30만원을 넣더라도 배당주.성장주.해외자산주 등 2~3개 펀드에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