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금, 증시로는 쉽게 안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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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더라도 부동산시장에 몰린 자금이 증시로 옮겨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채권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으로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따라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염두에 둔 증시 활성화 방안 보다는 시중의 부동자금을 증시 및 펀드시장으로 적극 흡수할 수 있는 세제혜택 확대 등의 대책이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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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다른 주식과 부동산 자금=굿모닝신한증권은 5일 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가격 변동과 주식 시장 자금 유입에는 상관 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동산과 주식 사이에 대체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시장이 하락 국면을 맞은 1991년 7월~92년 7월까지 증시의 고객예탁금도 4017억원 감소했다. 또 부동산 가격이 안정 국면에 들어선 1993~97년 등 4년간 실질 예탁금은 5조4000억원이나 감소했다. 부동산 값이 하락해 투자 수익성이 떨어져도 시중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든 1990년대 후반(98년 1월~2000년 12월)에는 증시로도 자금이 밀려들어 주가가 급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간 중 고객예탁금은 2조1191억원 불어났다. 이 증권사 김학균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더라도 환금성이 매우 떨어져 증시로 자금유입이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는 8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든 주식시장의 수급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설종석 부동산금융파트 총괄부장은 "부동산 투자자금은 주식 투자자금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큰데다 수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자금이어서 웬만해선 증시로 이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채권 금리 상승은 증시에 긍정적=반면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이동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의 경우 올들어 꾸준히 올라 현재 4%를 웃돌고 있다. 이같은 금리 상승으로 순수 주식형 펀드 잔액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8개월째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채권형 펀드는 올들어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올들어 주식형펀드는 4조8247억원 늘었지만 채권형은 10조9839억원이 줄었다. 김학균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주식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자주 있었다"며 "주식시장에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는 완만한 금리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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