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교사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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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수업분위기를 흐리는 말썽꾸러기에게 매질을 했던 국민학교 여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수업시간 중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폭행을 당한 여교사는『더 이상 어린 학생들 앞에 설 수 없다』며 1주일동안이나 학교를 결근했고 이 소식을 들은 동료 교사들은 『아무리 교권이 땅에 떨어졌기로서니 이럴 수가 있느냐』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오 9시30분쯤 서울 사당4동 신남성국민학교 3학년3반 교실에서 담임 심모교사는 여모군(9)이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보는 등 반 전체 수업분위기를 흐리고 평소에도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부린다고 다른 어린이 3명과 함께 교탁 앞에 불러내 손바닥을 때렸다.
심 교사는 다른 어린이 3명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제자리로 돌아갔으나 여군만 전혀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안경을 쓴 여군의 뺨을 때렸다는 것.
이 때 여군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는데 여군은 심 교사에게 『×××』라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안경 값을 물어내라』며 대들었다는 것. 여군의 심한 반발에 순간적으로 격분한 심 교사는 빗자루로 여군을 마구 때렸다.
여군을 때리고 난 심 교사는 마음이 아파 흐느껴 울었고 어린이들도 덩달아 울었다. 잠시 후 심 교사는 어린이 3명을 여군집에 보내 여군 어머니를 데려오게 했다.
20분쯤 후 교실에 나타난 여군의 어머니 박모씨(38·서울사당4동)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아, 내 아들을 누구 마음대로 때리느냐』며 욕설과 함께 심 교사의 뺨을 때리고 빗자루로 어깨 등을 후려쳤다는 것.
심 교사는 이 때 아무 말 없이 한자리에 선 채 박씨가 때리는 대로 맞았으며 떠들썩한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교실 교사들에 의해 소동이 가라앉았다.
어린이들 앞에서 욕을 당한 심 교사는 『창피해서 어린이들 앞에 설 수 없다. 이런 꼴로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며 애들은 선생을 어떻게 보겠느냐』며 교실을 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심 교사는 3년 전 교대를 졸업, 이 학교에 부임한 미혼교사로 평소 심약한 성격이어서 아이들을 때리거나 벌을 주지 못해 동료교사들로부터 『3학년3반 학생들은 버릇이 없고 질서가 엉망이다』는 핀잔을 들어왔다.
동료교사들은 『감정이 섞인 심한 처벌도 문제지만 학생 앞에서 수모를 당해서야 다닐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사도를 찾을 수가 있겠느냐』며 개탄했다.
이에 대해 여군의 어머니 박씨는 『내 아들이 외아들이어서 매 한번 들지 않고 애지중지 키워왔는데 몹시 맞았다는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격분, 교실에 뛰어들어 언성을 높여 심 교사와 다투었다. 학교 일에 지나치게 참견한 것 같아 미안하게 느껴 선생님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심 교사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1주일 동안 3학년3반은 다른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대리수업을 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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