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 기울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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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31호인 경주 '첨성대'가 북쪽으로 7.2㎝, 동쪽으로 2.4㎝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조선일보가 4일 보도했다.

신라 선덕여왕 때(632 ̄646) 세워진 첨성대는 그간 육안으로 한쪽이 땅속으로 꺼져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실제 기울어진 수치가 계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재대 손호웅(토목환경공학과) 교수의 논문 '3차원 레이저 스캐닝에 의한 첨성대의 안정성 평가'에 따르면, 첨성대는 밑바닥의 기단석이 북동쪽으로 2.07도 기울어졌다. 손 교수는 지난달 한국지형공간정보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손 교수는 탄성파 탐사 등을 통해 "첨성대가 기우는 이유가 북동쪽 지반이 남.서쪽에 비해 물기가 많고 지형이 덜 딱딱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즉 첨성대를 떠받치는 지반을 분석한 결과 북동쪽이 남.서쪽에 비해 훨씬 무르고 수분이 많아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처럼 앞으로 더 기울어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손 교수는 지하투과레이더(GPR) 검사 결과, 첨성대의 바닥 기초 공사를 할 때 호박 크기의 '호박돌'을 깔았는데, 북동쪽을 받치는 호박돌이 많이 깨진 것도 첨성대가 북동쪽으로 기우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손 교수는 "첨성대가 기우는 것이 수백년 동안 진행됐는지 최근 급격히 진행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역 주민들은 6.25 전쟁 이후 첨성대의 기울어짐이 심해졌다고 증언했다"며 "당시 첨성대 북쪽에 포병부대가 있었고 탱크들이 지나다녔는데 그것이 지반 약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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