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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휘둘리는 정치] 재외동포법 부결 후 네티즌 비난 여론 못견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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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이 7월 1일부터 한나라당을 눌렀다. 정당 홈페이지의 페이지 뷰(Page View.네티즌이 들여다 본 횟수) 이야기다. 여당은 지난 4월 25일 이래 줄곧 한나라당에 뒤졌었다. 페이지 뷰가 반전된 것은 재외동포법 부결에 대한 비난 글이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쇄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법안이 부결된 직후 하루 반나절 만의 이런 변화는 네티즌들이 얼마나 민첩하게 여론을 몰아가는지 잘 말해준다.

이들의 움직임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정치권이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네티즌의 눈치를 보며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직격탄을 맞은 여당은 향후 재외동포법의 처리 방향과 관련해 네티즌의 여론을 살피고 있다. 실제 당 차원에서 국회에서 부결된 '재외동포법'에 대한 법안 대안을 만들려는가 하면 여당 일각에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법안 재발의에 동의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부결된 재외동포법을 재발의하는 일에 여당 일각에서도 찬성하고 나선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영역을 놓고 볼 때 네티즌들은 특정 정당이나 단체, 인물에 대한 선호 및 비난 여부를 놓고 서로 격돌하는 양상을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제도 젊은 층의 관심영역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정당은 정파적 입장에 따라 원론적인 찬반을 표시하거나, 아니면 무시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재외동포법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정당 선호도와는 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홍 의원이 발의한 국적법이 통과한 이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정책 사안이다. 또 정치권이 그동안의 수용적 태도를 바꿔 네티즌을 향해 본격적인 설득과 논쟁을 시작한 점도 가볍지 않다. 사실상 네티즌 사회와 정치권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홍 의원은 네티즌의 지지에 힘입어 법안을 재발의할 태세다.

하지만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던 의원들은 개인 홈페이지 등에 자신이 반대했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봉주 의원은 "(네티즌들이) 보다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으며 반대 의원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임종석 의원은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에 수긍하는 댓글들도 올라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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