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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기자 칼럼

'무기 구매'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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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방위사업청 신설 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개청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이하 사업청)은 군대에 필요한 무기나 각종 물자를 구매.개발을 통해 전담 획득하는 곳이다.

사업청의 신설로 무기 구매 등과 관련된 검은 고리를 끊겠다는데, 이는 환영할 일이다. 평균 7~9년 걸리는 방위사업을 2~3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현역이 맡아와 효율성이 떨어졌는데 이를 방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업청을 국방부 밖의 독립조직으로 두는 구조는 한국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프랑스의 병기본부(DGA)도 국방부 내 장관 직속 부서다. 실험적인 사업청에 관한 몇 가지 우려를 전한다.

우선 국방부와의 관계다. 사업청은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할 때 국방비 20조8226억원 가운데 사업비와 전력투자비 등 12조원대를 집행해, 국방부보다 더 많은 예산을 쓴다. 게다가 사업청 예산은 신축성이 있어 무기시장의 여건 등을 명분으로 집행을 미룰 수도 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국방장관보다 사업청장의 눈치를 더 보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업청장이 국방장관을 넘어서지 않도록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무기 획득 업무를 전담함에 따라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은 무기 구매의 단계마다 관련 기능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 등 8개 기관에 분산시켜 서로 견제토록 해왔다. 그만큼 업자들의 로비가 성공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그 기능들이 사업청에 통합돼 로비를 벌이기가 더 쉬워졌다. 또 주요한 무기.물자 등에 관한 결정권이 쏠려 있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경우 위원 15명 가운데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가 위촉하는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방위사업청장이 임명하거나 추천토록 돼 있다. 사업청장의 재량권이 광범위하다는 말이다. 이런 시스템의 허점들이 악용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업청에 편성될 전문인력 확보도 그리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사업청으로 통합될 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은 현역 1212명, 일반공무원 142명 등 총 2537명이다. 이들 가운데 일반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이 공무원으로의 신분전환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사업청을 문민화할 생각이다. 유사한 시도를 했던 프랑스의 경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DGA의 경우 19%가 현역일 뿐 아니라 본부장은 4성 장군 또는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맡고 있고 국장급 15명 가운데 14명이 현역 소장이다. 무기획득에 무기 사용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정도로 문민화의 한계를 경험한 결과다.

벌써부터 방위사업청을 축약해 방위청이라고도 부른다(일본 방위청은 우리 국방부와 같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역할을 넘어설 정도로 비대해지고 권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아무쪼록 사업청이 무기 등 획득과 관련해 투명하면서도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기관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