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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몸에 맞게 의식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의사회구현은 제5공화국 국가경영목표의 하나다. 이를 위해 그동안 「부정·부패에대한 법적제재」「불합리한 제도·환경개선」을 해왔고 이번에는 최종 단계로
「의식개혁」을 하려는 것이다.
나무에 비유하면 「법적제재」는 생육에 해를 주는 병해충을 잡고 전지를하는 일이라면 「제도개선」은 나무가 잘자라게 시비, 물을 주고 햇볕이 잘들게 잡초를 뽑아주는 일이다.
그러나 「의식개혁」은 소질이 나쁜 품종자체를 개선하는 본원적이고 실체적인 일이라 할수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2의 탄생이다. 그러한 점에서 생육조건이나 환경을 고치는데 그치는 앞의 2가지와 생육주체 자체를 다루는 의식개혁문제는 전혀 그차원을 달리한다.
그러면 정부가 의식개혁운동을 주창하고 나온 현실은 어떤가.
첫째, 법적제재나 제도개선과같은 타율적인 개혁만으로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 정부도 『부정·비리가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일시적인 잠복상태에 있는것』으로 진단하고있다.
그래서 정부는 제5공화국의 개혁의지실현을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의식개혁이 절대로 부가결하다고 판단하고있다.
둘째, 이조때의 양반의식(사대주의·관존민비·허위허식등), 일제때의 시민지잔재(패배주의·기회주의·왜곡된 저항의식), 해방후의 무분별한 외래사조유입(방종·이기주의등), 고도성장기의 물질만능사상(배금주의·권력형부정)등 다난했던 역사의 사생아가 뒤범벅이 돼 가치관의 격심한 혼착과 부재현상을 빚고있어 국민적 결합을 방해하고있다.
세째, 재건국민운동등 과거의 부패제거를 위한 각종 국민운동이 모두 용두사미로 끝난것은 성원들의 의식개혁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네째, 당면한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올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를계기로 고도산업화·국제화에 적응할수있는 일등국민으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있다.
과거 정부는 가난하고 힘이 약한 열등감의 반동으로 거의 맹목으로 몸을 키우는데만 전력을 기울여 왔다. 몸을 부려야할 정신은 등한시했다. 결국 「물질적 근대화에 미흡하는」비물질적요소들의 정체는 많은 정치적·사회적갈등과각부문·계층간의알력을 가져왔다.
비뚤어지고 깨진 팽이도 돌아갈 때는 제대로 된것처럼 보이듯이 경제가 제대로 돌아 갈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자전력이 실속하자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제2의 도약)수많은 기능결함이 노정됐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치·경제·사회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의식수준이다.
그래서 정부는 의식개혁을 정권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가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장기적·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방침이란 설명이다.
전대통령은 지난1월 시정연설에서 『3대부정심리를 추방하는 일은 일조일석에 달성될수 없을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벽을 깨뜨리지 못하는 한 우리는 위대한 전진을기약할수없다. 국민들의총참여를 호소한다』고 한적이있다.
전대통령은 이 운동의 기본지침으로 『모든 공직자는 의무적으로 수행하라』고 한것으로 보아 불이행의 경우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각계 지도층인사는 비장한 각오로 솔선수범하라』고 한 것은 상탁이면 하부정이라는 철칙를 믿고있기 때문인것 같다.
다 지키자고 만든 규범이 힘있는 몇 사람에 의해 지켜지지 않고 그러한 사실이 일반국민에게까지 느껴지게 될때 이미 그 규범은 규범이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높은 신분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말이다. 웃물이 맑게 되면 일반국민들의 의식속에도 쇄신능력이 작용하게 된다.
정부는 정직·질서·창조·책임·본분·분수·주인의식·국민화합·가정교육등 9개 실천요강에 따라 각기관에서 실천가능한 과제를 선정하는등 오는 6월말까지 계속하여 자체계획수립등 후속조치를 내놓아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각부처는 매월 의식개혁의 계획및 추진실적을 청와대에 정기보고하게돤다. <김옥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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