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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주말을] 북극점엔 표석이 없다…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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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땅끝에서
키어런 멀바니 지음
이상헌 옮김, 솔출판사
397쪽, 1만3000원

간단한 퀴즈. 펭귄이 사는 곳은 남극일까, 북극일까? 연미복 같은 차림새로 '남극 신사'라 불리는 펭귄은 북극에 살지 않는다. 북극에는 이름 그대로 북극곰이 산다. 그러나 실제로 북극권에 속하는 노르웨이의 섬에 펭귄을 들여놓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만화처럼 북극곰과 펭귄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꿨던 모양이다. 그러나 동화 같은 상상력이 꼭 아름다운 건 아니다. 북극곰이 남극의 겨울을 견뎌낼 수 있다면 이들이 남극대륙의 펭귄 대부분을 먹어치우는 데 몇 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연의 섭리대로 '극과 극'에 떨어져 살아야 한다.

또 퀴즈 하나. 남극점과 북극점은 실제로 표시가 돼 있을까? 지구상에서 다섯번째로 큰 대륙인 남극의 극점에는 실제로 표석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북극의 극점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거대한 얼음 위에 존재한다. 표석을 세워 봐야 이리저리 흘러가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다.

여름의 문턱에서 '세상의 끝'을 찾아 떠나는 피서 여행에 시원한 책읽기도 곁들일 만하다. 과학.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남극과 북극의역사를 풀어놓았다. 고래잡이를 통해 이뤄진 서방세계와 에스키모인들의 파괴적인 만남에 대한 고발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유럽인들은 청정지역 북극에 바이러스를 옮겼고, 20세기 초 몇년 사이에 에스키모인의 60%가 신종 질병들에 목숨을 빼앗겼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 완등, 에베레스트산.남극.북극을 말하는 지구 3극점 도달)을 달성한 박영석씨가 극찬한 책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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