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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정신건강|김광일(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장)|간질은 불치병 아니다(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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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간질은 불치병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원인적인 진단을 거쳐 철저한 치료를 하면 85%의 환자에게서는 정상인으로 활동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나머지 15%에서도 발작의 횟수를 줄일 수 있으나 근절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간질은 뇌 속에 암과 같은 특수한 병이 있을 때에 한해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게 되지만 그 외의 경우는 항경련제를 복용함으로써 발작이 조절된다. 이 개통의 약에도 여러 가지가 있고 발작의 형태와 뇌파소견에 따라 각기 특수한 약이 선택된다.
약물 몇 달 복용하면 증세가 없어지니까 치료된 것으로 알고 약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간질에서는 약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되 발작이 없더라도 적어도 3년 이상은 복용해야한다.
발작이 없는 상태를 수년간 지속시키고 뇌파소견도 정상으로 회복된 연후에 약을 끊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1년 정도 걸려서 점차적으로 용량을 줄여가며 끊어야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재발하거나 발작이 계속 일어나는 중첩상태가 되어 위험해진다. 의사와 늘 상의해가면서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치료과정에서 뇌파는 6개월마다 촬영해서 치료경과를 확인하게된다.
치료기간 중 술은 절대 금지한다. 술을 마시면 발작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코피와 담배도 삼가는 것이 좋다. 변비는 그때그때 치료해야하고 식사도 제때 해야한다. 배고픈 상태에서 발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는 동안 항히스타민계통의 약물이 든 감기약이나 부신피질호르몬계의 약, 예를 들면 코티손이나 프레드니솔론은 복용하면 안 된다. 이런 약들이 제의 효과를 상쇄시키기다.
간질환자라도 치료를 받는 한은 어떤 직업에 종사해도 괜찮다. 이 병이 있다고 해서 학교를 그만두거나 직업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어떤 분은 결혼을 기피하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결혼생활이나 출산에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간질은 장기치료를 요하는 병이므로 환자스스로가 확고한 신념과 끈기를 가지고 투병생활을 해야한다.
항간에 돌아가는 속세에 현혹되어 이상한 치료를 받다가 올바른 치료의 기회를 잃어 폐인이 되는 수도 많은데 특히 가족들은 이런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간질환자는 불치병이라 생각하고 실의에 빠지는 수가 많다. 이렇게 되면 치료를 제대로 받을 마음의 자세가 흐트러진다.
세계 문화에 위대하게 공헌한 인물 가운데는 간질환자였던 사람이 많다. 미술가 「반·고호」,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도 간질환자였고, 옛날 「알렉산더」대왕도 간질환자였다.
그들은 오히려 간질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 특유의 작품을 참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우리가 명심해야한다.
간질은 치유될 수 있고 또 치유된다. 단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올바른 투병생활을 해나갈 수 있느냐 아니냐가 정상인과 폐인을 판가름 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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