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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 대신 의원에게 맡겼더니 … 야당, 박 대통령 예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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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기립박수를 치는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사불란하게 똑같이 움직이는 게 이상한 거다.”

 2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올해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태도를 두고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싸늘한 반응을 보내자’면서 사실상 당론을 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의원들을 당론에서 놓아주니 대응이 달라졌다.

 쌀쌀한 분위기였으나 기본적 예우는 갖췄다. 지난해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의원들은 박 대통령 입·퇴장 때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박수도 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대부분의 의원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설 중간 박수를 치는 의원도 드물게 있었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 맨 앞을 돌며 악수를 청할 땐 박홍근·배재정·김기식 의원 등이 기립해서 악수에 응했다. 지난해엔 자리에 앉아서 박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박수는 치지 않았지만 대부분 기립했다. 문재인 의원은 기립해서 박수도 쳤다. 다만 문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정세균·이인영·은수미·전해철 의원 등 20여 명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목희 의원 등은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 전 본회의장을 떠났다. 끝까지 본회의장을 지킨 유인태 의원에게 회의장 분위기를 물었다.

이날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도 상당수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러나 지난해 시정연설 땐 야당 의원 대부분이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일어날지 말지를 당론으로 논의했다.
‘당론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지 10월 13일자 지면.

 - 오늘은 기립 문제 등을 놓고 단체행동을 하기로 정하지 않았나.

 “없었다. 김성곤 의원이 ‘일어서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문자 돌린 게 전부다.”

 - 유 의원은 왜 기립했나.

 “난 (노무현 정부 시절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도 있어 보고 해서. 작년에도 일어섰다. 국가원수가 연설하러 오는데 기립하는 게 예의지. 일어서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가 특별히 얻을 것도 없고. 국민들 보기에 예의 없어 보이기만 하지. 몇 사람 빼곤 90% 일어선 것 아닌가?”

 - 박 대통령 퇴장 땐 입장 때보다 기립한 사람이 줄었다.

 “대통령이 나가기 전에 나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앉아 있는 것보단 낫겠지만….”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의원들 모두 마음속에 갖고 있다”며 “다만 (기립하지 않은 의원들은) 세월호특별법과 소통 부재 등 박 대통령의 문제점에 대해 각자가 판단해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은 혹평하는 분위기였다. 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방산비리 관련한 부분을 빼면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박수칠 부분이 없었다”며 “여당은 어버이 수령 연설도 아닌데 박수 치지 않아야 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치더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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