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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음악적으로 도움 받은 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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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정 사진은 앨범 재킷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해철의 빈소. 2007년 발표한 재즈앨범 ‘더 송스 포 더 원’의 앨범 재킷이 그의 영정 사진이 됐다. 일반인도 조문할 수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28일 고 신해철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넉 달 전만 해도 새 앨범 ‘리부트 마이셀프’를 발표하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던 그였다.

 이날 빈소엔 신해철이 몸담았던 밴드 ‘넥스트’의 멤버를 비롯해 조용필·한대수·배철수·신대철·이승철·싸이 등이 조문했다. 1988년 고인이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심사위원이었던 조용필은 “훌륭한 뮤지션 한 명을 잃었다는 게 참 비통하고 슬프다. 후배지만 늘 그의 말을 경청했고, 음악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승철 역시 “가요계의 핵심이고 심장 같은 사람”이었다며 애도했고, 서태지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순수한 영혼과 진실된 의지로 우리를 일깨워 준 진짜 음악인”이었다고 적었다.

 추모 열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26년간 그가 보여 준 음악적 실험과 삶의 의미를 담아낸 노랫말이 재조명됐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 90년대를 추억했다. 88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 생전에 묘비명으로 해 달라던 ‘민물장어의 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날아라 병아리’, 유작이 된 ‘단 하나의 약속’까지 실시간 차트에 올랐다.

 생전에 했던 각종 사회적 발언도 화제가 됐다. 고인은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을 10년간 진행하며 청년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6월 새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프지 말자’다. 두 아이의 아빠로 살면서 생활인으로서의 고단함을 알게 됐다”며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계발서가 아니고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는 목소리다”고 말했었다.

 고인은 2002년 윤원희(37)씨와 결혼했고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자녀들이 나이가 어려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잘 모르겠다. 부인은 크게 상심한 상태”라며 “고인이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악플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발인은 31일 오전 9시다. 고인은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에서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라고 했다. 그의 눈물이, 별들이 유난히 빛나는 밤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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