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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29일)개막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는 과거 어느해의 회의보다 그 성과에 거는 우리의 기대가 크다.
그 이유는 최근 몇년사이에 북한은 휴전선 인접지대의 군사을 강화하여 최소한의 재배치로 한국에 대한 기습공격이 가능하고, 이런 현실에 대한 한미간의 인식과 대비책을 공동으로 마려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주요과제이기 때문이다.
14차회의의 중요성은 「와인버거」 미국방장관의 참석으로도 확인이 되고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회의에는 주로 국방차관을 수석대표로 파견하여 국방장관이 참석한 것은 두번 뿐이었다.
이번 회의의 의제를 보면 안보협력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차관(FMS)조건의 개선, 한국방산시설의 활용문제들이 들어있다.
군수협력쪽에서는 한국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경우 미국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각종 군수예비물자를 즉각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은 해마다 예산의 36%정도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전력이 우리보다 우세한 지금의 전력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지만 힘겨운 지출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이 군사차관의 조건을 완화하여 우리의 방위부담을 다소라도 덜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81회계년도에 1억2천만달러, 82회계년도에 1억6천6백만달러의 군사차관을 한국에 제공했는데 이 액수의 증액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차관조건에 있어서도 이율과 상환기간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가지 예를들자면 지금 군사차관의 이자율은 14%인데 거기에는 미국정부에 의한 지불보증에 따르는 수수료까지 들어있다.
한국의 안정이 이만큼 자리잡히고 경제가 이정도 성장했으니 이제는 군사차관을 한국정부가 미국수출입은행과 직접 거래하도록 하여 이자부담을 낮출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방산시설문제도 어떤 돌파구가 생겨야 한다. 우리의 방산시설은 잉여능력을 가지고 있다.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국내수요는 한정되어 있다.
아시아지역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우리만한 수준의 방산시설을 갖춘 나라가 없다. 따라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한국만의 방위를 위한것이라기 보다는 유사시 아시아지역 비공산세계 전체의 방산시설역할을 하게 된다는 장기적인 존재이유를 잊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방산시실은 동남아시아지역에 대한 방산품 수출을 통해서 질과 양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측은 이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의 방산제품의 수출에 가하고있는 제약들을 완화해 주기를 바란다. 그렇게하는 것이 한국안보를 아시아의 지역안보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대세의 요청에도 맞는다.
그밖에도 서태평양지역 미군의 장비를 한국에서 정비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지금은 미군장비를 미국본토와 일본에서 정비하는데 많은 경비를 쓰고 있다.
「와인버거」장관은 이번 기회에 한국의 방산기술수준과 정비능력을 직접살펴보고 항공기, 항공모함, 중장비를 포함한 미군장비의 정비를 한국에 넘겨 한국에 자금과 기술을 동시에 지원하는 2중의 효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한반도의 군사력을 비교할 때 우리는 자주 북한의 전력 우위를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그들에게 유리한 전력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유사시 소련과 중공이 북한을 어떻게,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도 거의 결정적인 변수의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안보회의는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정세의 현황에 대한 인식의 일치가 중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확인되고 강조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한지원의 강화는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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