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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추락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최근에와서 일본, 그리고 보다 낮은 차원에서는 아시아를 보는 영국인의 눈은 선망과 시기가 뒤섞인 착잡한 것이다.
그런 시선은 오일쇼크 이후 일본과 한국을 포합한 태평양서안의 아시아국가들이 서구보다는 훨씬 효율적으로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데 대한, 그들로서는 놀라운 발견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래서 유교적 윤리야말로 기독교적 윤리보다 경제발전의 정신적 원동력으로서 더 효율적이 아니냐는 의문이 수년전부터 서구의 매스컴을 통해 제기돼 왔다.
그런 의문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두 사건, 즉 뉴저팬호텔의 화재와 하네다공항 앞바다에서 있은 JAL기 추락사건은 하나의 단서가 됨직하다.
영국보수계열의 주간지 스펙테이터는『공자 추락하다』라는 제목의 표제기사를 최근호에 실었다.
이 기사의 흐름은 이 두사건이 70년대를 통해 일본경제가 보여준 놀라운 지구력의 헛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문제제기로 일관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정개인의 특수사정, 예컨대 뉴저팬호텔의 경우 「요꼬이」사장이 겪고 있던 막대한 적자와 JAL기의 경우 조종사의 정신착란증이 핵심을 이루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 특수사정이 참변을 야기시키도록 방치된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는 능율주의의 화신처럼 서구인들이 여겨온 일본전체가 안고 있는 어떤 헛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필자인 「머리·세일」은 시사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 사장이 아무리 재정형편상「구두쇠」작전을 강행했더라도 도가 지나쳐 화재의 가능성이 상식선을 넘을 정도로 화재예방에 무성의 했고 참변전에도 수차례 소규모 화재가 있었는데도 종업원들이 당국에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것은 영국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JAL의 경우도 사고가 나기전날 밤 기장「가따기리」가 1천3백m상공에서 오른쪽 엔진을 역동시켜 비행기를 위험스럽게 급강하시키는 것을 부조종사와 기관사가 말려서 간신히 사고를 모면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두 사람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 두사건에서 필자가 뽑아낸 공통점은 사회의 인간관계가 너무 피라미드식으로 수직적으로만 경직돼 있어서 어떤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창의성이 정상의 인물이외에서는 나오기 어렵도록된 일본사회의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조직형태가 1차원의 선로를 달리는 기차의 경우 가장 효율적일지 몰라도 상하좌우로 복잡한 평면을 살피면서 가야하는 현대의 4차원의 세계에서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자는 비행기조종면허증은 못가졌잖으냐는 농담조로 끝맷음하고 있다.【장두성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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