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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10년] 낙후지역 영양(경북)·화순(전남)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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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로 지은 관공서 건물 몇 개 외에는 달라진 게 없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

경북 영양군 영양읍 서부리 주민 박모(57)씨는 "돈 벌 곳이 없어 사람들이 줄줄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27일 읍내 번화가인 서부리의 거리 모습은 1970년대 소읍(小邑)을 연상케 했다. 길거리에는 노인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읍내 도로는 승용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다. 주민들은 "군청 소재지라면 '준도시'지만 영양읍은 웬만한 면(面) 소재지보다 못하다"며 "시간이 멈춰 선 곳"이라고 말했다. 변변한 기업도 없다. 주민 150명을 고용해 '대기업'으로 불렸던 입암면 연당리의 청자요업㈜은 지난해 3월 파산했다. 읍내 중심가에는 2층짜리 상가 5동이 매물로 나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영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군내 제조업체는 19곳으로 10년 전과 마찬가지다. 이 기간 중 오히려 1000여 가구의 빈집이 생겼다. 94년 말 2만6041명이던 인구도 지난해 말 2만205명으로 22.4% 줄었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인 전남 화순군. 92년 화순읍 광덕택지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인구가 5000여 명 늘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삶의 질은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화순읍 향청리 일대 땅값은 10년 전 평당 500만원대까지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200만~3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상가의 전세가격은 절반 수준인 2000만원대로 곤두박질했다. 상가 주인 김모(57)씨는 "가게 임대가 안돼 수입은 줄었으나 세금은 10년 전보다 다섯 배가량 올라 건물을 팔려고 내 놓았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주민들이 인접한 광주에서 경제생활을 해 지역으로 유입되는 수입은 휠씬 작아졌다는 것이다.

두 지역 주민들은 "민선 군수들이 지역 실정에 맞는 개발계획을 세우지 않아 낙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용암 영양군수는 "관광자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연간 40억~50억원에 지나지 않는 자체 사업 예산으로는 지역경제를 살릴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순.영양=서형식.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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