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에서 이웃사촌 된 상주교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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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상주교도소 교도관들과 주민들이 17일 체육대회에서 한 팀을 이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혐오시설로 꼽히는 교도소를 “동네 자랑거리”라며 반기는 시골 동네가 있다. 상주교도소가 있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 얘기다. 법무부는 지난 4월 이 곳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교도소를 준공했다. 2005년 사벌면 엄암리에 교도소 건립 계획을 발표한 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인근 목가리로 장소를 바꾼 터였다. 이후 교도관 110여 명은 “우리가 직접 나서 인식을 바꿔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당장 교도관 20여 명이 상주시로 주소를 옮겼다. 또 법무부에 부탁해 11번 교도소를 개방한 뒤 주민들을 초청했다. ‘달팽이 봉사단’을 만들어 틈틈이 배밭에 나가 일손을 도왔고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성금도 거뒀다. 이를 위해 매달 5000원씩 월급에서 떼어 모으고 있다. 30대 교도관 8명은 사벌면 주민대표를 자청해 마을 대항 체육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교도소도 상수도관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마을 주변 좁은 농로를 2차선 도로로 새로 포장했다.

 이러길 6개월. 이젠 경운기를 몰고 지나가는 주민이 교도관에게 “어이,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주민들은 교도소를 위해 선물도 준비 중이다. 인근 저수지 주변에 4억원을 들여 교도소와 주민이 함께 쓸 공원 조성에 나섰다. 주민들이 직접 상주시에 요청해 예산도 받아냈다. 한상호(57) 상주교도소장은 “꾸준히 주민 속으로 들어간 게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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