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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족회」에서 「민박회」까지 |젊은이들의 다양한 「탈도시 모임」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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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산다.』 매연에 찌든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틈나는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탈도시 모임이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 늘어나고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틈나는대로 훌쩍 집을 나서 가까운 교외냇물에 발을 담그는 세족회, 농가를 찾아 정겨운 시골음식과 인심을 즐기는 민박회, 문학토론·시낭독을 벌판이나 절에서 벌이는 야외문학회, 유적지에서 비석문들을 탁본하는 젊은 사학도의 모임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탈도시추세는 등산·낚시등 틀에 박힌 레저에서 벗어나 부담감 없이 자연을 벗하려는 것이 특징.
더우기 일부 직장에서는 사원연수회를 시골별장에서 열어 도심을 벗어나려는 직장인들의 취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탈도시 서클>
대학원생 최윤미양(23·E대)은 대학동창생 5명과 함께 지난해 봄 EOS(Exodus do Seoul)클럽을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주말과 휴일엔 서울이 아닌 장소에서 함께 보내는 것이 활동의 전부다.
서울에서 버스·기차등으로 1∼2시간에 갈수있는 명소를 찾아가 민박이나 값싼 여관에서하루밤을 묵고 온다.
최양은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답답하고 공기탁한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다』며 『등산처럼 산을 올라가야 한다는 식의 정해진 목표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강변을 거닐다 강둑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등 시골맛을 여유있게 만끽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D개발 주동하씨(28)도 매주 주말마다 1박2일 코스로 회사동료 6명과 함께 주말여행을 떠난다. 경춘선열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인천·여주·단양까지 다녀왔다.
주씨는 콘크리트속에서 보낸 짜증스런 1주일을 시골집 된장찌게맛과 인심이 깃든 민박으로 푼다고 했다.
D대 정승은양(20)등 25명도 월2회쯤 근교여행을 한다. 경비는 5천원쯤으로, 밤에 토론·노래·춤으로 즐긴다.

<야외 서클활동>
교내 서클룸 또는 다방·술집등에서 집회를 가져왔던 독서·문학서클들도 집회를 교외에서 하는 사례가 많다.
연대독서회인 에코회(회장 배철민·23·금속공학3년)는 주말마다 서울근교인 송추·일영·용인등지로 나가 자연속에서 독서토론을 갖는다.
산만해진다는 평도 있지만 자연과 결부된 내용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 보다 풍부한 정서를맛볼수 있고 진지함도 더해 성과가 좋다고들 했다.
이상우군(27·D대4년)등 문학동인 10명은 지난해부터 월1회씩 야외합평회를 갖고 있다. 당초엔 대학구내에서 해왔으나 일부동인이 학교를 졸업·취직하는 바람에 학교까지 다시 오기가 멀어 아예 교외로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군은 『자연속에 묻혀 서로 흉금을 털다보면 서로의 우정도 긴밀해지고 정신세계도 훈훈해진다』고 했다.
이군등은 버너로 점심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차비1천원씩이면 충분하다.
고대K고 동창회에선 월1회씩 야외에 나가 선후배대항 야구·축구대회를 한다.
각자 담당된 야구글러브·배트를 들고오면 대개 공터가 널찍한 대성리·남이섬등에서 보낸다.

<직장인 연수>
예전엔 『피교육자는 고달픈 것』이라며 교육받기를 꺼렸으나 각 회사들이 서울근교에 연수장을 세우면서 회사원들은 서로 먼저 연수교육을 받으려고 다투고 있다.
S증권의 경우 매년 청평산장에서 1박2일 또는 2박3일로 사원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분임토의와 강연, 능력강화훈련이라 불리는 야간산악훈련등 아주 타이트한 스케줄이 자연을 호흡할수 있다는 매력때문에 인기가 대단하다.
이 회사 정성출씨(28)는 『비록 몸은 더 고되지만 신선감으로 따지면 비유할 때 없이 좋다』고 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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