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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제로 번진 프로복싱 약물파동|일『주간무춘』지 흑막폭로 확대 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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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로복싱은 돈만을 노리는 사기극인가, 그렇지 않으면 돈과 명예를 위한 스포츠인가, 이웃나라 일본 프로복싱 계에서 터진 소위『「가네히라」스캔들』로 불리는 「가네히라」약물 공작설은 결말 없는 평행선 속에 계속 파국으로 치달아 충격파를 뿌리고있다. 특히 이 흑막에는 한국복서들이 희생물로 관련될 뻔했다는데서 국내 링계에서도 비상한 흥미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급기야「교에이」 (협영)권투클럽의 회장직을 사임하고 프러모터 및 오너라이선스를 반납했던 흑막의 장본인「가네히라·마사끼」(금평정기·46)는 6일 이 흑막을 폭로한 주간문춘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제기하는 등 일본복싱 계는 더욱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또 사건이 계속 확대되자 한국권투위원회(KBC)도 관련피해자의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일본권투위원회(JBC)에 조속한 사실규명을 바란다는 전문을 7일 발송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주간문춘』폭로기사전문10면에>
KBC가 조사에 나선 피해자들은 전호연·김현치 매니저와 김환진선수 그리고 최승철매니저와 김용현선수 등 일본 원정당시 동행인들이다.
이와 함께 KBC는 이번 사건을 WBA및 WBA에 정식 제소키로 결정했으며 우선 오는 27일 화란에서 개최되는 WBC집행위원회에 이 문제를 의제로 제출키로 했다.
한편 JBC는 이번 사건이 주간문춘과「가네히라」씨의 해묵은 감정에서 폭발된 것으로 보면서 계속 확대될 경우 프로복싱이 팬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있다. 주간문춘은 일본 최고권위 월간지인 문예춘추사가 발간하는 주간지로 「다나까」전수상의 스캔들을 파헤치는 등 충격적인 폭로 기사를 많이 게재, 권위를 자랑하고있다.

<"구시껜 착취"가 발단>
지난해 8월6일자 주간문춘은『챔피언「구시껜·요오꼬가 매니저 「가네히라」씨로부터 착취를 당했다』고 폭로함으로써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WBA 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을 13차례나 방어한 일본의 복싱 영웅「구시껜」이 착취당했다는 이 기사는 한창 복싱 계를 주름잡으며 대부로 통하던 승승장구의「가네히라」로선 치명적이었다. 「가네히라」는 주간문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처음엔 주간문춘도 상당히 곤경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간문춘은 곧바로 반격을 준비, 일본복싱 계에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던 약물공작을 파헤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잡지는 특별취재반을 구성하는 한편 「가네히라」권투클럽에 종사하는 3명의 권투 인을 포섭함으로써 결정적 단서를 잡았다. 또 지난해 11월18일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인 김철호와 「마루야마」와의 타이틀전 때는 이를 취재하는 것으로 위장, 2명의 기자를 한국에 보내 최승철 매니저로부터「가네히라」의 약물공작을 청취하는 등 최씨의 증언을 비밀리 녹음까지 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는 자칫하면 한국 복싱 인들이 휘말리게될 위험성도 다분히 있다. 사건이 확대되는 경우 최씨 등 한국의 관련피해자들의 증언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엔 이번엔 한국 팬들로부터 의혹을 살 염려가 있게되는 것이다. 엄청난 돈이 걸리기도 하는 프로복싱은 흥행과정에서 약물공작을 비롯한 담합 등 이 같은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위험성이 항상 내포되어 있다.
한편 약물공작 흑막이 지난 4일 발간된 주간문춘에 폭로되자 장본인「가네히라」는 관계되는 권투직에서 물러나 모든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가네히라」 는 6일 명예훼손으로 주간문춘을 고소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는『권투직을 내놓은 것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다』라면서「구시껜」과「도까시끼」선수에게도 주간문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토록 하겠다고 반격전에 나서고있다.
특히 그는 ①최근 부정사건으로 교에이클럽을 물러난 몇몇 관계자가 트집을 잡고 있다. ②경기에서 대전상대자가 제공한 음식물을 받아먹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③호텔쿡이 주간문춘의 위협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각본에 끌려갔다는 점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뇨제·최면제사용>
이에 대해 주간문춘 측은 이번 기사는 8개월 동안에 걸쳐 취재가 됐으며 특히 대화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등 고소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하면서 다음호인 18일자(11일발간)에선「구시껜」의 타이틀매치 중 4개의 방어전에서 약물을 주입한 확증을 갖고있으며 이에 관여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계속 폭로하겠다고 공표하고 있어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복싱의 약물중독에 의한 승부조작은 미국 복싱계에서 가끔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나 증거를 잡기가 어려워 외부로 노출된 적은 없었다. 유명한 사례가 지난 64년「무하마드·알리」와「소니·리스튼」의 타이틀 매치다.
이때 신예「알리」는 7-1의 열세 속에「리스튼」을 7회 KO로 뉘고 타이틀을 차지해 의혹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 「알리」 는 리턴매치에서 l회KO로 또 이겨 의혹을 씻었으나 링계에선 아직도 「리스튼」 의 은퇴엔 흑막이 개재되었다고 보는 측이 많다.
대체적으로 미국에선 복싱을 비롯한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엔 악명 높은 범죄단체 마피아가 많이 개입되고있다.
이들은 엄청난 도박이 걸려있는 승부를 엉뚱하게 조작함으로써 거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KBC 전속 링 닥터인 이종박 박사(한강외과의원 원장)는 『약물로는 이뇨제와 최면제가 사용 될 것이다』고 말하고있다. 이 같은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는 경우 선수는 경기 중 힘이 빠지고 탈진증세가 일어나 정신이 몽롱해 진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추문은 꼭 밝혀져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열광적인 팬들이 복싱을 외면하게된다는 우려다.
지난 60년대 말 폭발적 인기를 모으던 프로레슬링이 내분으로 장영철 선수가『프로레슬링은 쇼다』고 말한 이후 찬물을 끼얹은 듯 퇴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가네히라」스캔들은 프로복싱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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