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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 같은 한국인 보니 편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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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시카고 아리랑라이온스클럽의 주선으로 고국을 찾은 재미 입양청소년들이 경주 불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무엇보다 나와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게 너무 편하고 좋아요."

16일 입국한 14명의 재미 입양청소년들은 일주일간 모국에서 지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피부색이 다른 부모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이방인'이라는 의식이 '입양아'라는 사실보다 이들에게 더 큰 아픔이었던 것이다.

이번 방문단은 미국 중서부 가정에 입양돼 살고 있는 10~21세의 청소년들로 이뤄졌다. 이번 방문은 시카고 아리랑라이온스 클럽이 주선한 방한 프로그램이다. 시카고 아리랑라이온스 클럽은 지난 28년간 매년 6월 둘째 토요일마다 재미 입양아 가족 피크닉을 개최해 왔다.

이용수 아리랑라이온스클럽 회장은 "재미 입양아 대부분은 청소년기가 되면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곤 한다"며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고 다시 미국 시민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이번 방한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참가한 청소년 대부분은 아직 친부모에 대해 이야기조차 꺼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후 6개월 무렵 입양됐다는 제이슨 카펜터(20.미 일리노이주 디브라이대 4년)는 친부모를 꼭 찾고 싶어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방한을 앞두고 친부모님을 찾고 싶은 생각이 부쩍 들어 양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2~3주 전 한국홀트아동복지회에 메일을 보냈어요.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입양서류 외에는 다른 자료가 없다고 하네요."

입양서류에 적힌 카펜터의 한국 이름은 이동기. 대구에서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으나 부모가 이혼하면서 형들을 하나씩 맡고 자신은 홀트 측에 보냈다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전부다.

카펜터는 "당시 나를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아마 그분들도 나처럼 지금 나를 찾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카펜터 등 14명의 청소년은 그동안 경주와 설악산 등을 관광했다. 현재 서울 남산라이온스클럽과 서서울라이온스클럽의 회원 가정에서 홈스테이 중인 이들은 23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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