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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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때 잠잠했던 중·고교의 학원폭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한달동안, 경찰이 집계한 중·고생 범죄는 모두 3백6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백18건이 늘어났으며 죄질도 날로 흉포화해서 흉기살인만도 3건이나 된다.
자제력이 부족한 성장기 청소년들이 주먹을 휘둘러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잘못된 에너지의 발산이 살인등 엄첨난 일을 저지르게 하여 한개인의 장래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교내폭력이 횡행하는 이유는 물론 단순하지가 않다. 사회의 분위기가 혼탁하고 성인들의 범죄가 날로 광역화·지능화·흉포화 하면서 청소년들만 얌전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가정의 책임도 따지지 않을 수 없고 학교의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학원폭력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일어나는 것이지만, 1차적으로 학교교육에 문제가 있다.
한 때는 비행학생이 생기는 까닭이 문제를 지닌 가정 때문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결과를 보면 문제가정보다는 생활형편이 괜찮고 가정안의 문제도 없는 학생들 가운데 「비행학생」이 많은 것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학생은 성적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학업성적이 떨어지면 학교가 이유없이 싫어지고 열등감에 빠져 수업을 빼먹게되고 끝내 비행을 저지르는 과정을 밟게된다는 사실을 이 조사결과는 밝히고 있다.
학교성적이 마치 인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회풍조가 이들에게 소외감을 주는 압박요인이 되어 비행을 저지르게 한다는 것이다.
흔히 요즘 학생들은 교사들을 스승이라기보다 입시전문학원의 강사정도로 본다는 교사들 자신의 자조의 소리도 있고 어떻게 보면 그런 주장에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들을 존경과 신뢰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다만 공부를 잘못했거나 꾸중을 들었을 때 성장기 청소년특유의 반항심으로 교사를 부정적인 눈으로 보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내폭력을 해결하는 길은 우선은 교사와 학생간의 보다 솔직한 대화와 사제관계의 정상화에서 찾아져야만 한다.
학교의 기능에 대해 일반이 의문을 품게되어 신뢰를 잃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학교도 가정과 마찬가지로 자라나는 2세들을 자애롭고 너그럽게 대하고 키우는 곳인데도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문제학생이라고 따돌리고 백안시하는 한 그들은 더욱 삐뚤어지고 말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학생지도에서의 철척이 처벌보다 훈도(훈도)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금년부터는 머리모양과 함께 교복도 자율화 되어 학생들에 대한 교외지도는 한층 어려워졌다. 교사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중·고생의 교외지도에 나설수밖에 없이 되었다.
경찰이 비행학생을 단속할 경우 그 일을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 알리면 문제가 공식화되어 학교측이 어떤 처벌을 내리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학생선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교내폭력에 대해 학교측이 문책을 두려워해서 쉬쉬 덮어버리고 마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중·고생의 폭력행위란 어차피 뿌리뽑을 성질의 일이 아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그 가운데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정도다.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일은 교내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중·고생폭력이 조직화·집단화하고 흉포화하는 경향이다. 학교·가정·사회가 힘을 합쳐 이런 우려되는 현상만은 줄여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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