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의 먼로주의적 야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레이건」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반공, 반소 이외에는 기본방침 조차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레이건」외교는 소련, 폴란드, 서구동맹, 중동 등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항상, 그리고 불안할 정도로 동요를 거듭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지난 1년동안 「레이건」행정부가 중남미정책에서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주축으로 「북미동맹」을 구상하고 그 연장으로 남북미대륙을 반공의 성역으로 안정시키고자 하는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미의 니카라과에는 이미 소련, 쿠바의 지원을 받는 좌익정권이 들어서 있고 엘살바도르에서는 쿠바, 니카라과의 지원을 받는 좌익게릴라(FM해방전선)가 친미적인 「호세·두아르테」정권의 존립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레이건」행정부는 엘살바도르지원문제를 둘러싼 국내의 찬반여론, 유럽동맹국들의 개인반대태도에 직면하여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 군사·경제양면의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레이건」은 2월24일 미주기구(OAS)회의연설에서 「카리브해역 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와인버거」국방장관은 지난2일 의회증언에서 카리브해역에 미국의 군사기지설치문제를 해당국가들과 비밀리에 의논중이라고 밝혔다.
「카리브해역개발계획」의 목표는 중남미 각국의 경제수준을 높여 소련, 쿠바의 영향력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이 계획의 직접 대상국은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 18개국이고 미국정부는 금년중에 3억5천만달러를이 지역에 긴급 원조하여 그 나라들의 경제활성화와 국제수지개선을 돕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가능하면 이나라들을 「자유무역지역」의 틀로 묶어서 대미수출에서는 섬유·의복을 제외한 모든 상품에 관세를 면제해 줄 계획이다.
미국은 이 지역과의 통상에서 수출 68억, 수입 1백억달러로 이미 대폭입초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의 폭을 넓히게 될 「카리브해역개발계획」을 구상한 것은 미주대륙만은 소련의 팽창주의적 영향력으로부터 지키고 쿠바를 고립시키겠다는 「레이건」행정부의 먼로주의적 야심이 그만큼 만만한 것임을 의미한다.
「와인버거」가 밝힌 카리브해군사기지화 구상은 카리브해역에 군사적인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건」행정부의 강경파 세력은 엘살바도르에 이미 군사적인 위기가 존재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지만 엘살바도르 개인은 「제2의 베트남」을 의미한다는 여론의 반발때문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겉보기로는 「카리브해역개발계획」과 군사기지화 구상이 엘살바도르사태가 대표하는 소련, 쿠바세의 위협의 확대를 저지하는 효과적인 방도가 될 수 있을 것같다.
그러나 「카리브해역개발계획」은 멕시코, 베네쉘라 같은 나라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맥시코는 엘살바도르 사태는 협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고 미국과 쿠바는 대화를 통해서 「화해」하는 것이 미주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레이건」행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을 제외한 서구의 모든 우방들이 미국의 엘살바도르 개입에 반대하고, 프랑스는 FM해방전선을 승인하고 니카라과에 무기까지 수출하고 있다.
만약 「카리브해역개발계획」이나 군사기지 구상이 주변국가들의 호응도가 약하여 실전에 옮겨지지 못한다면 미국은 홀로 5억달러의 원조 보따리를 들고 엘살바도르의 친미정권을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28일 실시되는 엘살바도르 총선에서 친미정권이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미국은 중남미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