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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 절반은 중남미 복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라틴아메리카 복서들이 세계 프로복싱계를 휩쓸고 있다.
특히 경·중량급은 이들이 거의 독무대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유일한 세계 챔피언 김철호(WBC 슈퍼플라이급)도 4, 5차 방어전 상대로 「라파엘·오로노」(베네쉘라), 「라울·발데스」(멕시코) 등 라틴계 도전자가 예정돼 있다.
또 황충재도 멕시코의 전 WBA 웰터급 챔피언 「피피노·쿠에바스」와 「레너드」에 대한 도전 전초전을 갖게되어 있다.
그러면 라틴아메리카 복싱의 실상은 어떠한가.
현재 세계 프로복싱계를 지배하는 양대 기구인 WBA(세계권투협회)와 WBC(세계권투협회)가 모두 중미에 본부를 두고있는 회장도 이들이 오래 전부터 독점하고 있어 이들의 입김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 수 있다.
파나마에 본부를 둔 WBA는 「로드리고·산체스」(파나마)가 회장이며 멕시코에 본부가 있는 WBC는 최근 문화재 밀수사건으로 기소된 「호세·술레이만」(멕시코)이 역시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중남미 복서가 WBC 15개 체급 중 9개 체급, WBA 15개 체급 중 5개 체급 등 모두 14개 체급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이들은 각 체급 10위까지의 랭킹엔 WBC에서 45명, WBA에서 45명 등 거의 30%가 넘는 모두 90명이 올라있으니 이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겠다. 특히 14명의 챔피언 중에는 3개 체급을 휩쓴 「킬렉시스·아르게요」(니카라과·WBC 라이트급)와 「월프레도·베니데스」(푸에르토리코·WBC 슈퍼페더급)을 비롯, KO왕 「월프레도·고매스」(푸에르토리코·슈퍼 밴텀급)와 「살바도르·산체스」(멕시코·WBC 페더급) 등 막강한 인기 복서들이 즐비하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 특히 중미지역은 경제적으로 불안한 나라들이 많아 복서 지망생들이 많은 것이 챔피언 양산의 첫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복싱은 『헝그리 스포츠』로 통한다. 따라서 가난한 이들은 주먹 하나로 일확천금을 노리며 복싱에 입문하게 된다. 한국의 역대 챔피언 중에도 김기수가 어린 시절 구두닦이 등으로 고생을 했으며 유제두·김태식 등은 재건 대원으로, 김성준은 검은 손으로 알려졌듯이 『헝그리 복서』가 대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남미는 특히 경제 최강국인 미국과 이웃해 있어 활동무대가 무한히 넓은데서 복서들은 실적만 있으면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는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잇점까지 안고 있다. 또 라틴계는 미국에서 3천만명에 가까운 이민들이 최대 소수 민족집단을 이루고있어 이 들을 링에 올리면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프로모터들의 계산이어서 뻗어나가기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로마인들이 식민지 용사들의 격투를 즐기듯 백인들은 중남미인과 흑인복서들의 대전에 매로 되어 있다는 일부의 악평마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 항상 정치·경제적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중남미에선 자국 복서들이 미국 복서들을 이기게되는 경우 더욱 열광하게 되며,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을 받고있어 복싱 열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 같은 경우는 한국복서가 일본 복서를 누르면 팬들이 흥분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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