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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환자 발생 파장] '사스 國內 상륙' 방역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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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에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추정 환자가 처음 발생함에 따라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사스 환자가 급증하는데도 국내에선 환자가 발생하지 않자 비교적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공항이나 항만의 검역에서부터 환자 치료, 격리까지 방역 체계 전반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역의 둑이 무너져 걷잡을 수 없이 환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2차감염 사례가 나타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을 '사스 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이 경우 사회.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자칫하면 대외신인도가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

사실 환자 발생은 일찌감치 예고됐었다. 위험지역인 홍콩이나 중국과의 교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스 공포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닥친 것은 지난 16일께. 당시 중국은 감춰왔던 사스 실태를 공개했고 이와 때를 같이해 우리 교민이나 유학생들이 대거 밀려 들어왔다.

하루에 7천여명이 입국했고 이들 중 서너명이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스 자문위원들은 사스 바이러스 유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특히 이미 입국한 수만명의 위험지역 방문자들이 열흘 간의 잠복기간이 끝나기 전에 언제든지 환자로 바뀔 수도 있다. 이들의 신고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방역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는 "보건소에 신고하기만 기다리는 소극적 방역에서 주요 병원을 탐문하는 적극적 방역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첫 환자는 인천공항 검역에서 확인돼 바로 격리병원으로 후송됐기 때문에 국내에서 접촉한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던 승객 90명(외국인 11명 포함)과 승무원 및 환승객 12명이다.

이 환자의 경우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환자로 신고된 게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제대로 격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승객 90명은 체온검사만 받고 모두 입국해 흩어져 버렸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영종도 공항 인근에 집단 격리시설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환자가 검역과정에서 걸러져도 동승객들은 이미 공항을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에 그 같은 대책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승객들에 대해 입국 5, 10일째 전화로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고 하지만 이들 중 한명이라도 감염됐을 경우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이에 사스 바이러스가 확산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11명은 전화연락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승무원 및 환승객 12명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무엇보다 이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 의료진이나 방역 관계자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을 통해 2차, 3차 감염이 일어날 우려가 높다. 홍콩의 예에서 보면 주로 의료진을 통해서 사스가 전염됐다.

신성식.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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