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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예체능계…당당히 취업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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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매년 6만여명의 예체능계 전공 졸업생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예술가나 운동선수의 길을 걷지 못한다. 그런 자리가 많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인문계나 이공계처럼 취업을 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4년제 대학 예체능계 졸업생의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60.9%가 나왔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농주 부실장은 "상당수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때문에 실제 취업률은 훨씬 낮다"고 말했다. 한 명문대학 기악과의 경우 96학번부터 2000학번까지 150여명 가운데 취업한 사람은 5명이 안된다. 한 졸업생은 "대부분 레슨이나 연주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예체능계 졸업생은 취업 전선에서 한참 밀리고 있다. 잡코리아의 정유민 상무는 "기업체는 '예체능계 졸업생이 사고력과 실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고,예체능계 졸업생도 스스로 취직 준비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높게만 여겨졌던 취업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각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전공을 크게 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예체능계 전공과 관련한 직업들이 문화와 웰빙이 강조되면서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부실장은 "감성과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예체능계 전공이 되레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체능계 졸업생의 취업 성공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기업맨이 된 성악가=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한 한상범씨는 현재 CJ 사회공헌팀 대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업무는 CJ의 예술.문화 지원활동(메세나)이다. 한씨는 유학을 갔다온다해도 성악을 하기는 쉽지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공을 최대한 살리는 일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영국에서 공연기획과 예술행정을 공부한 뒤 한전 아트센터 공연기획팀을 거쳐 CJ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한씨는 "몇년 전만 해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으나 요즘은 친구들이 나를 많이 부러워한다"며 "예체능계는 창의력은 뛰어난데 경영.관리 마인드가 부족하다. 이 점을 보완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백화점에 들어간 보석 디자이너 지망생=홍대 금속조형디자인과를 나온 차은지(왼쪽 사진)씨의 직장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의 장신구.준보석 매장이다. 판매사원을 관리하고 재고를 점검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의 원래 소망은 보석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한국 보석산업의 여건이 힘들어 보석매입 쪽으로 눈을 돌렸다.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의 전문학원에 들어가 국제보석감정사(GIA) 자격증을 단 뒤 지난해 신세계 공채에 합격했다. 요즘 그의 꿈은 세계적인 보석 바이어로 바뀌었다. 차씨는 "예체능계 출신의 경우 진로를 빨리 정하고 미리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호텔리어로 변신한 운동선수=JW 매리어트 호텔 컨시어즈(VIP 고객 전담 서비스)를 맡고 있는 안지영(오른쪽 사진씨는 성신여대 체육학과 출신이다. 폭넓은 경험을 하고 싶어 1학년 때 한해 휴학하고 남미 에콰도르에서 스페인어를 배웠다.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호텔리어로 진로를 결정한 안씨는 2년전 용역업체 파견근무를 통해 호텔에서 일하게 됐다. 지난해 정식직원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해 합격한 경우다.

정 상무는 "최근 기업들이 창의성 있는 사고를 강조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경제성 있는 아이디어를 높게 산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예체능계 졸업생의 경우 경제적 관점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복수전공을 이용해 마케팅.조직.비즈니스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좋다고 정 상무는 덧붙였다.

글=이철재, 사진=임현동 기자

[실전공략!]
◆예체능계 전공자들 이렇게 준비해라

1.업무 관련해 실전 경험을 쌓아라.
-취업 희망 분야와 관련해서 최대한 많이 경험해야한다. 인턴십 제도나 공모전을 활용하면 유용하다.

2.기초체력을 만들어라.
-외국어와 컴퓨터는 취업의 기본이다. 여기다 프리젠테이션 능력까지 갖추면 좋다.

3.졸업 2년 전부터 준비해라.
-다른 전공자보다 불리한 상황일 수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라.

4.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라.
-사원추천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상당수 있으니 자신이 취업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라.

5.대학 복수전공을 이용하라.
-복수전공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라. 일반적으로 기업은 경영.경제.법학 등 전공자를 선호한다.

6.귀를 쫑긋 세우자.
-'취업=정보'다. 기업의 채용공고는 수시로 나온다. 인터넷이나 학교 취업정보실을 꼭 챙겨라.

7.자격증으로 전문성을 높여라.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는데 자격증만 한게 없다.

8.취업 동아리에 가입하라.
-다른 회원과 함께 정보도 공유하고 모의면접도 치르면서 체계적으로 취업준비를 한다.

도움말=잡코리아.인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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