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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AG 2관왕' 전민재가 특별히 고마워 한 사람, 박정호 감독

중앙일보

입력

한국 장애인 육상 간판 전민재(37)가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2관왕의 쾌거 뒤에 박정호(41) 장애인 육상대표팀 감독은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미안함과 좋은 결과를 낸 제자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눈물이었다.

전민재는 20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T36 100m에서 15초60을 기록해 가도 유키(일본·15초67)를 0.07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200m 금메달을 따냈던 전민재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을 달성했다.

5살 때 뇌염을 앓고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된 전민재는 26살이던 2003년 육상에 입문해 9년 연속 장애인선수권 3관왕에 오르는 등 한국 장애인 육상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전민재는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세계선수권 2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전날 200m 금메달을 따낸 뒤 전민재는 박정호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편지를 남겨 화제를 모았다. 몸이 불편해 손 대신 발로 편지를 쓴 전민재는 "항상 나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다. 매일매일 감독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연습을 거듭하면서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수 있었다"며 편지의 상당 부분에 걸쳐 박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 편지를 직접 읽은 박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일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열심히 해왔던 친구가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뻤다"며 전민재의 금메달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휠체어 육상 마라톤 선수로 활약했으며, 지난 2005년엔 KBS 희망원정대에 뽑혀 해말 3000m 이상의 히말라야 산을 두 손에 의지한 채 오르며 많은 사람들에 감동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장애인 육상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06년부터 전민재를 알고 지내왔던 박 감독은 "내게 동생같은 선수"라고 칭할 정도로 편한 사이다. 그만큼 전민재를 많이 배려해주고 아껴왔다. 전민재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 몸을 만들어 휠체어를 이끌고 파트너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민재가 정말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해서 낸 성적이다. 난 옆에서 그냥 뛴 것밖에 없다"며 겸손해했다.

전민재에 대한 박 감독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박 감독은 "훈련할 때도 제일 먼저 나오는 선수다.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훈련을 실생활에도 옮겨서 하자고 하면 다 따라서 했다. 그만큼 성실하고 부지런한 게 민재의 큰 장점"이라며 "주어진 환경이 어떻든 받아들이고 착실하게 운동하는 선수가 바로 전민재"라고 했다.

전민재의 목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금메달이다. 2년 뒤면 마흔이 되는 전민재는 이 대회 금메달로 멋진 피날레를 다짐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로서도 중요하지만 민재가 앞으로 살아가는 삶이 더욱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은퇴 후에도 외롭지 않고 늘 행복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도자이자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인천=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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