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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SP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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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일러스트=강일구

Q 유니클로(UNIQLO)나 자라(ZARA)에 가면 커다란 매장에 상품 종류도 많고 저렴해서 쇼핑하기 참 좋아요. 신문 기사에서 이런 브랜드를 ‘SPA’라고 하던데, 무슨 뜻인가요. 그리고 왜 이런 회사만 SPA라고 부르나요.

A SPA는 영어로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입니다. 뜻을 풀이해 보자면 ‘자체 상표를 가진 의류회사가 소매점까지 운영하는 형태’를 의미하지요. 쉽게 말해 의류회사가 디자인에서 생산·유통·판매까지 모두 맡아 하는 것을 SPA라고 합니다.

 이 설명만 듣고는 SPA가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거에요. 여러분이 옷을 사러 가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들을 떠올려 보세요. 브랜드를 만든 의류업체는 디자인과 기획은 직접 하겠지만, 소비자가 옷을 사는 장소는 백화점과 쇼핑몰이에요. 유통은 다른 회사가 하는 셈이죠.

 이와 달리 SPA는 디자인과 생산을 하는 것은 물론 점포를 직접 열어 유통까지 도맡아 합니다. 백화점에 비싼 입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 도·소매업자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 과정이 단순해집니다. 그만큼 옷값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유통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소비자 가격을 크게 낮춘 거에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0년대, 소비자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품질 대비 저렴한 SPA 제품이 각광을 받았고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내용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틴틴도 있을 수 있어요. SPA는 직접 매장을 낸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 진출한 SPA는 백화점과 마트에 입점한 경우도 있지요. 이런 형태의 SPA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SPA 중 일부는 해당 기업이 직접 진출한 것이 아니라 국내 유통업체와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영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쇼핑과 각각 합작법인을 설립한 유니클로와 자라는 대형 단독 매장도 있지만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에도 일부 매장을 냈어요. 우리나라 유통 현실에 맞춰 영업을 하기 위해서 변칙 작전을 쓴 거죠.

유니클로·자라·H&M이 대표적 브랜드

 티셔츠 한 장에 1만원, 바지 한 벌에 2만~3만원. SPA가 이렇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전형적인 ‘박리다매’ 전략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윤이 적게 남더라도 많은 양을 빨리 팔아 치우는 거죠. 매장에 들어가 보면 최근에 출시된 신제품은 비교적 비싸고 나온 지 오래된 제품은 할인해서 판매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50%씩 파격 세일을 하는 브랜드도 있어요.

 대신 신제품을 빨리 채웁니다. 최신 유행을 반영해 그때 그때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거든요. 자라의 경우 200명이 넘는 디자이너가 1주일에 2번 신상품을 출고하고, 즉시 전세계 매장에 항공편으로 배송합니다. 직영 매장에서 고객 반응을 재빠르게 포착하고 즉시 생산과 기획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췄기에 가능합니다. 이렇게 제품 순환과 교체 주기가 빠르다는 점 때문에 SPA브랜드를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도 불러요.

 같은 SPA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유행에 아주 민감한 자라, 에이치엔앰(H&M)과 달리 유니클로와 갭(GAP)에는 유행을 덜 타는 제품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판매 전략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죠. 자라가 여러 가지 신제품을 조금씩만 생산하는 반면, 유니클로와 갭은 정해진 품목을 대량 생산해 전세계에 판매합니다. 유행에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는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무난한 제품을 생산하는 거죠. 날씨가 추워지면 내복을,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는 바지를 내놓는 식으로 계절마다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고요.

 국내에는 2005년 일본 SPA 기업인 유니클로가 진출한 것을 신호탄으로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가 속속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SPA가 최근 10년 사이 생겨난 사업 모델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지는 않아요. 미국의 대표 SPA인 GAP은 1986년부터 직접 유통망을 운영하며 성장했고, 유니클로가 “질 좋고 값싼 제품을 공급한다”는 콘셉트로 일본 히로시마에 첫 매장을 연 것도 84년이었습니다. 선진국 의류시장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성장해온 모델인거죠. 삼성패션연구소의 나인경 연구원은 “30여 년 전 출발한 글로벌SPA는 전 세계에 매장을 갖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치밀한 의류 유통 시스템을 고안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제 주요 상권 어디를 가도 SPA 매장 하나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대단하죠. 매출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고요. 지난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앨코리아는 약 7000억원,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약 2300억원,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는 약 1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국내에 진출한 ‘빅 3’ SPA 업체가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셈이에요. 이중 유니클로는 전년 대비 매출이 37.5%나 성장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토종 SPA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2009년 스파오(SPAO)를 선보이며 의욕적으로 SPA 사업에 뛰어든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매출 1400억원을 올렸고,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8seconds)도 1300억원 매출을 기록했어요. 스파오는 중국과 일본에 매장을 내며 아시아 전체로 시장을 확장해나가는 중입니다.

 국내 시장의 성공에 탄력을 받은 글로벌 SPA가 최근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속속 들여오고 있습니다. 새로 개장한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H&M의 고급 의류에 해당하는 ‘코스(COS)’와 생활용품 브랜드 ‘에이치앤엠 홈(H&M Home)’이 국내 최초로 매장을 열었습니다. 자라는 삼성동에 새로 여는 파르나스몰에 ‘자라 홈(ZARA Home)’을 입점할 계획입니다. 기존 브랜드에서 파생된 브랜드나 기존 브랜드보다 더 비싸거나, 더 싼 상품군을 가지고 들어와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려는 겁니다.

개도국 노동자 저임금 착취 비판도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이들 브랜드가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비판을 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빨리 바뀌는 유행에 따라 저렴한 옷을 입고 버리면서 대량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개발도상국에 생산공장을 둔 SPA가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이들을 착취한다는 비난도 일었습니다. SPA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사회공헌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입지 않는 제품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커피 교환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지난 6월 진행했습니다. 수거된 옷은 전 세계 난민에게 기부합니다. H&M은 유기농 면과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선보이면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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