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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 읽기] 구한말 '386 거사' 실패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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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120년 전 근대 국민국가를 목표로 일으킨 갑신정변의 주역들. 김옥균 등 당시의 386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해 좌절했다.

한국사로 읽는
성공한 개혁 실패한 개혁
이덕일 지음, 마리서사, 308쪽, 1만원

혁신
화원위엔 지음, 이은주 옮김
한스미디어, 428쪽, 2만3000원

과거에만 매달리면 한 눈이 멀게 되고, 과거를 외면하면 두 눈이 멀게 된다던가. '개혁피로증'이란 말도 진부해져버린 이즈음 개혁의 미래를 더듬어 볼 책 두 권이 나왔다.

'한국사로 읽는…'은 우리 역사의 개혁의 사례에 대해 그 배경과 성패의 원인을 살핀다. 역사 대중화에 기여해온 이덕일 씨가 쓴 역사평론집이다. 의도적으로 고른 덕인지 수구세력과의 다툼, 과거 청산, 수도 이전, 병역과 세금 문제 등 갖가지 개혁 과제들은 오늘날의 그것과 큰 차가 없다.

이를테면 120년 전 갑신정변은 김옥균 등 당시의 386들이 근대 국민국가를 꿈꾼 거사였다. '청(淸)에 대한 조공과 허례를 폐지할 것, 문벌을 폐지하여 인민평등권을 확립할 것'등의 개혁정강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삼일천하로 끝났다. 청군의 개입이 결정적이었지만 저자는 민중의 외면을 가장 큰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은이는 "비전과 주체세력은 있었지만 일본을 끌어들인 바람에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백제 의자왕의 개혁 실패도 의미심장하다. 군사적 승리와 뛰어난 외교술로 중흥 군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인사 실패로 나라를 망쳤다. 왕권 강화를 명분으로 왕자 41명을 호족몫이었던 좌평으로 임명했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왕자들을 요직에 앉힌 결과로 내부 시스템이 붕괴되어 신라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단다.

지은이는 성공한 개혁 사례로 고려 광종과 조선의 정조의 그것을 든다. 광종이 노비안검법으로 노비들을 양인(良人)으로 환원시키는 등의 조치로 왕권을 강화해 국가의 기틀을 다진 것은 법치를 통한 개혁 덕이라고 보았다. 정조는 부친인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한 노론 일파를 최소한으로 처벌하고 포용정책을 폈으며, 화성 천도(遷都)를 통한 정치지형의 개혁도 착실히 추진했다고 평가한다.

일정 수준의 한국사 지식이 있어야 읽히고, 주관이 강하게 드러나는 서술 방식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목적은 구시대의 청산이 아니라 새 시대의 개창"이라거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역사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가슴에 와닿는다.

'혁신'은 개혁의 방법론에 관한 책이다. '변하지 않는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없다'란 부제처럼 전국시대 상앙에서 청나라 말기 이홍장까지 중국 역사상 위인 35인의 혁신방법 61가지를 설명했다. '민심이야말로 최고의 무기'이라는 유방(劉邦)의 온혁(穩革), '개혁은 곧 창조'라는 왕안석의 용혁(勇革) 등 다양한 치도(治道)와 처세의 방법이 담겼다. 관료, 기업인들이 읽을 만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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