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CIA·국무성 극비문서에 나타난 미국의「중동공작」<8>국무성 지시각서와 CIA지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카터」미 대통령은 한 기자회견(77년12월)에서『미국의 힘은 이란의 힘이며, 이란의 힘은 곧 우리의 힘』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미국은「팔래비」왕정에 왜 그렇게 매달렸을까. 미국이 이란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을까. 본사가 테헤란에서 입수한 미 극비문서 8책에 수록된 미국무성과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문서들은 그러한 의문에 해답을 주고있다.
77년3월1일자로 이란주재 미국대사관에 보낸 미국무성지시각서(비밀문서책자 제8책 페이지 154이하수록)는 미국의 대 이란정책지침을 담고있다.

<미 정책의 안과 밖>
이 지침의 군사정책부분은 이러하다. 이란은 군사장비의 절대적인 양을 미국에서 구입했다. 따라서 재래식 무기를 이란에 계속 판매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이란의 정책 결정 자들에게는 무기현대화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미국이 이란에 필요한 무기와 기술지원을 계속 할 것임을 이란정부에 확신시킨다.
군사고문단의 인원은 감소되겠지만 미대사관의 정치 및 군사담당인원의 증가로 고문단의 감소효과를 상쇄시킬 것임을 이란당국자들에게 강조한다는 것이 군사정책의 주요내용이다.
다음은 석유정책. 이 지시각서가 하달되던 당시의 미국의 대이란 석유의존도는 총 수입량의 8%, 유럽은 16%, 일본 24%, 이스라엘 70%의 수준이었다. 미국의 최대관심사는 가격문제였다.
『가격협의에는「팔레비」가 즐겨 이용하는 논리를 역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 「팔레비」의 논리란 미국에서 구입하는 각종 물품의 가격이 인플레로 지나치게 상승하고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역으로 이용해 석유가격의 상승폭은 그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협상에 중요한 단서가 붙어있다.『우리가 명심해야할 점은 이스라엘과 서방측에 대한 석유공급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사실』이라고 못박고 있다.
핵확산방지정책도 이 지시각서에 지적돼 있다. 핵무기의 비 확산정책을 지지한「팔레비」 정부의 서약을 계속 환기시키며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핵무장노력을 포기하도록 설득에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핵에너지의 평화적인 이용은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 미국정부는 이를 위해 우라늄 연료를 이란에 공급할 것이며 기술도 제공할 것이다. 그 댓가로 이란은 제3국 특히 파키스탄이 핵무기개발계획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게 해야 한다.』- 지시 각서는 이처럼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있다.
지시각서는 이어 미국상품의 대이란 수출증진을 강조한다.
『대사관 상무담당직원과 무역진흥청 직원은 이란의 새로운 경제동향을 신속히 파악하여 보고하라. 이란석유와 물물교환형식으로 미국상사의 수출을 늘리도록 하라. 이란의 농업생산에 미국의 관심을 보여주고 농업분야의 계속적인 증산은 사회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며 정치적 안정에 공헌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필요한 기구와 기술의 원조는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이런 내용이 교역에 관한 지침이다.

<민간접촉도 확대>
미국의 문화공보활동의 강화와 인적교류의 확대도 지시각서는 빼놓지 않고 있다. 문화공보활동을 효과적으로 계속 추진하여 이란의 장래에 관한 미국의 관심이 감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교육·언론계 등 사회각계 층의 지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미국과 이란과의 민간접촉이 확대되도록 지원하며 이란인의 미국방문과 이란학생의 미국유학을 돕기 위해 비자발급에 편의를 준다. 유력한 사회단체인사들과의 교류를 넓힌다.
이런 내용에 곁들여 이 지시각서는 이란 안에서의 미국시민의 활동을 현지대사관이 지도하도록 다음과 같이 지시하고 있다.
『두 나라 민간인의 접촉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하도록 사전에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정부의 협조를 얻어 마약재배의 감소와 마약의 밀수통로로 이란 영토가 사용되지 않도록 긴밀한 정보교환이 요청되며 이란거주 미국시민의 마약수요를 감소시키고 또 이를 예방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카터」행정부 초기에 작성된 이 지시각서에는 인권에 관한 문w[가 언급돼 있다. 인권의 옹호가 결코 이란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이란정부에 설득시킨다. 이 문제는 이란 내정과 관련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청되며「팔레비」반대파에 대한 저지가 아님을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인권문제에 대한 요지다. 인권문제를 특히 정책수립기준의 첫 번째로 삼았던「카터」행정부로서는 이런 신중한 표현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미국이 중동에서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란을 얼마나 중시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무성의 이 비밀지시각서가 하달되고 2개월 보름후인 77년5월17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헤란의 CIA책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비밀문서책자 8책 페이지153∼154)을 보낸다. 이 지침은 매우 간략한 내용이지만 미국의 대 이란정책의 방향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3월1일자 국무성 지시각서와 보완적 관계의 지시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이 CIA극비문서의 전문이다.

<세계전략과 일치>
다음 사항은 정보 및 외교분야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를 망라한 것이다.
I, 정치문제
A, 국내문제
① 국왕과 그의 주요 보좌관(민간 및 군인 포함)의 장기적인 정책과 그 목적
② 중요한 정치·국내안정 및 경제정책은 누구에 의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있는가
③ 정부기구 중 이란의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기관(사바크)의 역할
④ 이란정부의 인권침해의 정도
B, 대외문제
① 외국으로부터의 이란에 대한 군사위협의 근원지
② 이란에 영향을 주는 주변지역의 군사력 균형관계
③소련과 페르시아만 연안국가와의 관계(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라크와의 관계)
Ⅱ, 경제문제
A, 경제발전계획, 특히 이란국영 석유회사의 전략과 판매정책
B, 핵 발전을 위해 수립된 세부계획,
Ⅲ, 이란공군의 군사작전능력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국무성과 CIA가 순치의 관계임을 이 두 문서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란이 과연 미국에 중요한 국가였던가. 77년3월1일의 국무성비밀각서는「미국의 세계전략과 중동지역의 당면목표 달성」에 있어서 이란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에 두 가지 주요한 전략적 잇점을 주고있다. 하나는 이란이 소련의 군사활동(미사일발전과 전략무기협정준수여부)을 감시 할 수 있는 기지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이란의 영공이 유럽과 이란동부의 맹방을 연결시켜주는 전략요충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이란은 아랍국가의 석유무기화 정책에 발을 맞추지 않고 있으니 안정된 석유공급원이다.
셋째, 이란의 군사력은 폐르시아만 안정에 유익하다.
넷째, 이란은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양쪽에 모두 외교관계를 갖고 있다. 이 점은 중동분쟁해결의 주요한 카드가 된다.

<소의 남하를 저지>
다섯째, 이란은 미국의 유익한 무역상대국이다. 75∼80년 사이 대 이란수출은 2백억 달러(군사판매제외), 수출초과액은 80억∼1백억 달러로 예상된다. 지시각서는 이러한 다섯 가지를 이란의 중요성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서의 미국무성 지시각서에 나타난 대로 미국은 이란에 대해 재래식무기의 판매에만 역점을 두고 있었던데 반해 이란의「팔레비」는 공중조기경보 통제기(AWACS), E-3 등 그 성능 전자무기를 요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군사부분에 왜 이처럼 두 맹방의 이해가 엇갈렸을까.
미국은 이란의 군사력이 페르시아만에 대한 외부의 침략을 억지하고 소련의 남하정책에 최소한의 저지능력을 보유하는데 그치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 이라크가 당시 소련의 군사 윈조를 받고 있었으므로 이란의 군비강화는 이에 상응하는 이라크의 군사력증강을 유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미국은 이 점을 우려하여 이란의 군사력 현대화에 한계를 그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