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눈 깜빡 사진 찍고, 입 달싹 메시지 전송 … 손이 자유를 얻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재현

웨어러블 착용매체의 시대. 서울대 이재현 교수가 구글 글라스를 체험한 연구 모임 ‘올 어바웃 구글 글라스’의 논의 결과를 정리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안경형, 손목시계형, 허리띠형, 의상형 등이 있다. 스마트워치라 불리는 손목시계형이 대중화에서는 앞서가고 있지만, 구글 글라스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술과 상호작용 방식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구글 글라스는 실리콘 액정 표시 장치에 빔을 쏴 이미지를 표시한다. 기기와의 상호작용은 터치패드(오른쪽 테)와 음성인식으로 이루어진다. 전면부의 5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과 비디오를 찍는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통화, SMS(문자서비스), 화상회의 등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한다. 글라스웨어라 불리는 앱을 설치하면 운동, 요리, 음악 및 뮤직비디오 감상, 신문 속보, 번역 등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기능적으로는 스마트폰과 유사한데, 큰 차이는 기기와의 상호작용 방식에 있다. 글라스 기기는 손보다는 입과 귀의 미디어다. 메뉴 선택은 물론 SMS나 e메일도 입으로 보낸다. 문자에 억눌렸던 구어 커뮤니케이션의 화려한 부활! 그 결과로 손이 해방된다. 방향 안내는 말할 것도 없고 레시피를 제공하는 요리 앱이나 필드 정보를 제공하는 골프 앱은 이를 활용한 단적인 예다.

 또 기기를 눈과 귀에 가까이 둠으로써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다. 예컨대 SMS를 확인하기 위해 기기로 주의를 분산하는 시간이 아주 짧다. 무대 옆이나 앞 좌석 등에 표시되던 오페라 자막을 글라스로 제공하면 무대 움직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달리 옆 사람에게 빛을 노출하지도 않는다.

 한편 말과 소리, 즉 구어와 청각이 기기와의 주요한 정보전달 채널이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미디어학자 매클루언의 말대로 이성적이고 때로는 냉정하기도 한 시각 정보와 달리 소리는 가슴에 와 닿는 감성적 매체다.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이 ‘인공지능’ 사만다와 기존의 미디어처럼 문자와 시각으로 상호작용했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 글라스는 검색 결과를 사만다처럼 말로 알려준다.

 구글 글라스를 포함해 모바일 미디어의 장점은 청각에 있는 것 같다. 화상 전화가 지지부진하고 1980년 이후 워크맨이 개인화된 음악 청취를 통해 ‘워크맨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도 바로 청각성 때문이다.

 글라스는 또 이용자가 위치한 즉각적인 현실과 기기가 제공하는 가상의 세계 모두를 동시에 지각할 수 있게 해준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물리적 실재와 가상의 세계가 ‘중첩’되는 여느 증강현실과 달리 구글 글라스는 ‘병치’의 세계를 제공한다. 착용자의 눈 우측 앞쪽에 제시되는 글라스의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약간 이동해야 한다. 청각 정보도 주위 소리를 대체하기보다 같이 들린다.

 사회적으로 보편화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프라이버시 문제다. 앞 사람이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비디오를 계속 촬영할 수 있고 눈 깜빡임만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되면 무리 속에서 특정한 사람을 찾아낼 수도 있다. 보안 체계가 허술해 수집되는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은데 의료 영역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글라스 기기, 아직은 스마트폰 같은 보편적 용도의 기기가 되기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새로운 기기 상호작용과 감각 양식을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