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웃음 환한 전민재, 함께 뛸 팀이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20일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T36 100m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전민재. 그의 소원은 제대로 된 실업팀에서 뛰는 것이다. [인천=뉴스1]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한국 장애인 육상 간판 전민재(37)는 늘 그렇듯 환하게 웃었다. 전민재는 20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T36(지체·뇌성마비) 100m 여자 결승에서 15초60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다섯 살 때 뇌염을 앓은 뒤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아 암울했던 기억을 털어낸 역주였다. 전민재는 2관왕을 확정짓고 태극기를 있는 힘껏 흔들었다.

 전민재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은메달 2개에 이어 지난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월드클래스 스프린터다. 최종 목표는 2년 뒤 리우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쉽지 않은 과제다. 육상에 입문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난 19일 T36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전민재는 발로 직접 쓴 편지에서 ‘장애인 육상에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전민재는 육상 선수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소속팀을 갖지 못했다. 장애인 육상 전문 지도자가 많지 않아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기 어려웠다. 물리치료사·영양사의 체계적인 관리는 언감생심이었다, 박정호(41) 장애인 육상대표팀 감독은 “같이 뛸 파트너가 없어서 민재가 휠체어 육상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고향(전북 진안) 팀인 전북 스파이크 육상클럽에서 훈련을 하지만, 운동에만 전념하긴 힘들다. 직업이 없는 전민재의 수입원은 국가대표 훈련 수당과 패럴림픽 메달로 따낸 연금이 전부다. 전민재는 “연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후배들을 위해 실업팀이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S8(지체장애)에 출전한 김세진(17) 군도 마찬가지다. 선천적인 두 다리 기형 장애를 극복하고 2009년 19세 미만 장애인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올랐던 김군은 몇몇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도 몇 년 전까지 연습할 공간이 없어 전국의 수영장을 전전했다. 김군의 어머니 양정숙(46) 씨는 “세진이가 워낙 수영을 좋아했지만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어 마음 아팠다. 수영장을 이용하려고 청소도 자처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아시안게임 2위를 노리는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엘리트 장애인 스포츠 선수는 1만5071명이지만 실업팀 소속은 전체의 1.2%인 18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수는 230명으로 비장애인(16만8703명)의 0.1%에 그쳤다.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은 전국에 31곳 뿐이다. 박 감독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스포츠에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선수들의 자부심을 존중해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혜정-이재우 커플 금=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휠체어 댄스스포츠에서 장혜정(38)-이재우(19) 커플이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1에서 금메달을 땄다(본지 10월 17일 28면). 이들은 19살 차에도 조화로운 연기를 펼쳐 다섯 가지 세부종목(왈츠·탱고·비엔나왈츠·폭스트롯·퀵스텝) 모두 1위에 올랐다.

인천=김지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