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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버릇 못 버린『검은손』|주부 손에 잡힌 소매치기 백우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소매치기 세계를 주름 잡았던 왕년의 백식구파 두목 백우현씨가 검은 손을 씻지 못하고 또다시 옛 버릇을 재연하려다 30대 주부의 가냘픈 손에 잡혔다.
한때 10여명의 부하까지 거느리며 검은 손의 세계에 군림했던 백씨는 이날 서울 동대문경찰서 형사 실에서「이 빠진 호랑이」처럼 초라한 모습으로『손이 후들거려 실수했다』며 한 손을 쥐기도 했다.
백씨는 처음 경찰에서 『부동산 8천만원, 동산 1천만원에 월수입이 50만원이나 되는데 소매치기라는 누명을 씌울 수 있느냐』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경찰도 처음엔 『50대 남자가 설마』하는 생각으로 백씨의 전과 조회를 했으나 전과사실이 뚜렷이 나오지 않아 의아해 했다. 그러나 경찰에 비치한 보호관찰자 대장을 확인해본 결과 백씨가 두목으로 있는 「백식구파」가 소매치기 단 랭킹2위로 올라 있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이 백씨의 신원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백씨가 활약했던 시기가 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까지여서 아는 형사들이 드물고 경찰의 촉각에서 멀어졌기도 했지만 백씨가 여러 개의 가명을 썼기 때문.
경찰이 밝혀낸 가명만도 백운련·운형·이형. 따라서 본명으로 전과 7범인 백씨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
백씨의 전성기였던 60년대와 70년대 중반까지 「백식구파」소매치기 단의 식구는 모두 10여명.
소매치기 세계에서는 「허봉호파」다음가는 조직과 기술을 자랑했었다.
「백식구파」의 명성은 지난66년 경찰관 독직사건으로 관련 경찰관 9명을 옷을 벗게 해 더욱 높아졌다.
백씨의 수첩에서 상납 받은 경찰관 명단이 나와 관련 경찰관 30여명이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 경찰관 상납사건의 파문은 그후 대규모 경찰숙청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백씨는 75년8월 소매치기 소탕령 때 서울지검에 자수했고 부하들도 뒤따라 자수하거나 검거됐었다.
백씨는 자수 후 범죄단체조직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의 선고를 받고 3년형을 산 뒤 78년8월 사면을 받아 출옥했었다.
부하들도 4∼12년형을 선고받고 이미 뿔뿔이 흩어진 상태.
백씨는 출옥 후 서울 홍제동에 있는 집에서 집세와 부인의 사채놀이 등으로 은둔생활을 해오다 용돈을 마련할 겸 심심풀이로 손장난을 하다 쇠고랑 신세가 됐다고 탄식했다. <한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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